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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1979년부터 김치 수출
충북 보은에 위치한 김치 제조업체인 ‘이킴’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킴은 지난 2012년 기준 2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이킴의 전신인 J식품은 엔화 환율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위기를 극복하고 매출 200억원 규모의 기업이 되기까지의 성공 과정을 분석했다.
이킴의 전신인 J식품은 국내 상품 김치 시장이 형성되기 전인 1979년에 일본에 진출해 대형 할인점에 전용 진열대까지 갖췄던 김치 수출의 원조 기업이다. 2005년 6월 엔화의 하락으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당시 영업이사로 있던 유민 대표는 몇몇 임직원과 함께 통장을 털어 공장을 인수한 것이 이킴의 시작이었다.
유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J식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했기에 내실을 다진다면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민 대표는 “당시 회사가 엔화 환율의 하락으로 인해 부도가 나자 앞이 막막했지만 일본 수출의 원조 기업으로써 주요 거래처를 확보한 상태였고 수출용 김치를 제조하는 역량도 다른 기업보다 우수했다"며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내실을 다진다면 향후 회사가 성장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캐나다· 홍콩 등 5개국에 100억원 수출
유 대표는 영업부서에서 임원으로 회사에 근무했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였기 때문에 조달·생산·물류, 그리고 영업까지 사업의 전 분야에 걸쳐 일했던 점이 회사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회사를 인수한 후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협력업체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기존의 거래처 관리를 통해 거래가 지속되도록 했다. 그리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일본 바이어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회사가 안정권에 돌입하자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국내에는 주로 비닐 등에 담겨서 김치가 판매되지만 해외의 소비자들은 병에 담긴 제품을 선호한다. 수출에 적합하도록 병 용기 전용 생산 라인을 개발했고 연구개발을 통해 각 나라에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했다.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영업력도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해외 각국의 식품 박람회에 참가해 다양한 바이어들을 만나며 수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이킴은 현재 일본을 포함한 홍콩, 싱가폴, 태국 그리고 캐나다까지 5개국에 이킴 김치를 수출하고 있으며, 2010년 이래로 해외시장에서만 매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현재는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경우 미리 대처하기 힘든 환경 변화에 의해 매출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유민 대표는 “해외시장의 경우 환율, 규제의 강화, 해당 국가의 이슈에 따라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은 환율 걱정 등은 없으나 규모가 큰 거래처와의 거래가 종료되면 한 번에 큰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며 "해외와 국내의 균형 잡힌 공략을 통해 리스크를 줄 일 수 있고, 해외 시장에서 환경 변화로 손실이 발생했을 땐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해야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또한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별화된 농산물 이력추적 관리제 실시
이킴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차별화 요소는 조달, 물류 투입, 그리고 생산이다.
김치 사업에 있어서 조달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이킴은 대기업도 실행하지 못하는 농산물 이력추적 관리 제도를 실시해 조달 역량을 차별화했다. 농산물 이력추적 관리란 계약 맺은 농가에 전문 컨설턴트를 투입해 김치 제조에 적합한 품종 재배를 유도하고, 농약과 비료의 원료 배합과 살포 주기 등을 관리해 원자재의 품질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농산물 이력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농산물 이력추적 관리를 통해 농산물의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농약을 필요한 만큼만 살포해 더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 그 뿐 아니라 일반 농가와 비교해 약 10% 정도 수율이 좋아지는데 이는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현재는 약 50% 정도의 농산물을 이력추적 관리 제도를 통해 수급하고 있으며, 추후에는 약 80%까지 공급량을 늘려 조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킴은 1천톤의 원부자재를 보관할 수 있는 저온 저장창고를 보유했다. 이를 통해 원부자재를 축적해 공급이 부족한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국내 중소업체 중에 글로벌 전용 생산 공장과 국내 전용 생산 공장을 이원화해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킴은 내수 시장과 글로벌 시장의 특성에 맞도록 생산라인을 디자인한 2개의 공장을 보유했고 2개 공장의 일일 최대 생산량은 약 80톤 정도로 중소업체 중 최대 규모이다. 최신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전통제조방식과 체계적인 공장관리를 통해 높은 품질의 김치를 제조하고 있다.
또한 산지관리, 입고관리, 공정 중 관리, 완제품 관리의 4가지 프로세스를 선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통과 기준(Gate)을 정해 품질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균일하면서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킴은 경영 활동의 단계마다 차별화 요소를 넣어 경쟁력을 강화했고, 시스템 개발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이킴은 각 업무 단계별로 조직화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과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업무 수행 시 일정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했다. 이는 결국 업무 효율성 강화, 생산성 증대, 원가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어져 이킴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이킴은 수출 선도 기업으로써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국 시장의 성공적인 진출과 내수 시장에서의 매출 확대, 그리고 자사 브랜드 육성을 통한 B2C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 등 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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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기자 che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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