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정신건강에 직간접 영향 준다... 기분장애·불안·적대감·폭력·우울·스트레스·음주과다·PTSD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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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정신건강에 직간접 영향 준다... 기분장애·불안·적대감·폭력·우울·스트레스·음주과다·PTSD 등”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4.08.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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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빨라지는 기후변화와 우리의 정신적 안녕’ 기획리포트 게재
▲기후변화 관련 범부처 정책에 정신건강 영향 반영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에 취약한 인구집단 및 지역을 위한 맞춤형 정책 수립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영향평가 반영
▲정신건강 관련 기후건강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소통체계 구축
자료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화면 캡처

기후에 관한 한, 우리는 지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폭염’ ‘열대야’도 겪고 있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서울에서 4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잠 못 이루는 밤’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경고했던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까지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최대 위험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활 터전과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그치는 않고 인간의 건강과 삶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놓은 걸까. IPCC 제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는데 특히 기후불안에 대한 논의를 처음 시작하면서 기후위기와 정신건강은 더욱 주목해야 할 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이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서 ‘빨라지는 기후변화와 우리의 정신적 안녕’을 주제로 한 기획물을 게재했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논의하며 기후위기 시대 한국인의 정신적 안녕을 위한 전략을 다뤘다. 해당 보고서는 서문에서 “기후위기는 향후 태풍, 홍수와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후변화의 피해는 국가가 보호하고 대응해야 하는 중대한 위협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경험은 생애 중대한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급성스트레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심리지원 체계의 현황과 과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피해와 심각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들어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적응 대책 등에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보건 영역의 기후변화 관련 법률과 정책에서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백주하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혜윤 전문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직접적·간접적인 영향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들을 분석했다.

이들은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으로 아래와 같이 네 가지를 들었다. 보고서의 해당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의 극단적인 상승(폭염 발생)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폭염은 사람들의 기분장애(mood disorder), 불안(anxiety)과 관련이 있으며, 높은 기온으로 인한 불편함의 증가는 적대 감정 및 신체적인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폭염에 대한 노출은 정신건강 이슈로 인한 입원 위험을 높인다. 심지어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극단적인 기온 상승이 사람들의 자해나 자살률 증가와 관련이 있었으며, 다른 연구에서는 폭염이 기존에 정신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사망과도 연관이 있었다.

둘째, 가뭄에 대한 경험도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데, 주로 농업 기반 지역에 사는 농민들에게서 가뭄의 정신건강 영향은 심각하다. 가뭄의 정신건강 영향 관련 연구는 주로 호주에서 진행되었는데, 지속적인 가뭄 경험이 불안, 우울, 자살 증가 등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었다. 이는 특히 가뭄으로 인해 생활 터전과 일자리를 상실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 또한 가뭄으로 인한 스트레스 위험은 나이, 농장 거주 상태, 경제적 어려움 등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났으며, 가뭄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때 자살 위험이 증가하기도 했다. 

셋째, 해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발생 숫자와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산불을 경험한 사람들은 수년 동안 알코올 남용, 두려움, 우울과 걱정, PTSD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게 되었다.

넷째,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홍수와 태풍(허리케인)같은 자연재해를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일어나도록 하며, 이에 대한 경험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준다. 홍수와 태풍으로 인한 거주지의 파괴와 상실은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PTSD 등 정신건강 이슈로 이어지는데, 집과 재산 등을 직접적으로 상실한 사람들에게서 더 나타났다. 또 홍수와 태풍에 대한 노출은 발생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기존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다른 정신건강 이슈를 가질 가능성이 높았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인식함으로써 감정 또는 정서적 반응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정신상태와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어진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 생태계 등 환경적 변화, 사회경제적 변화, 신체적 건강 등이 일차적으로 나타난 뒤 그 결과로 인해 파생되는 정신건강 영향도 포함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 관련 정보에 노출되거나 타인의 경험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혀졌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불
안, 좌절감, 분노, 무력감 같은 상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2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는 이러한 경험을 기후변화에 대한 대리노출(vicarious exposure)의 일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현상과 원인, 자연현상으로의 결과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위험 인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며, 기후변화가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구체적인 결과를 인식해야 비로소 인지적·정서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청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으며, 이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그에 따른 정신적 영향이 만연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일례로, 10개국 16~25세 청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84%였는데, 이 중 59%가 매우 걱정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50% 이상이 슬픔, 염려, 분노, 무기력, 죄책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겪고 있었으며, 이 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감정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느끼는 응답자도 45%에 달했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경험하는 국가와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심각하지 않은 국가에서 모두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편 대기오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변화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다수 확인됐다. 대기오염 물질은 산화스트레스, 만성 신경염증 등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신경염증 반응을 촉진하거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인지적·정서적 기능의 손상을 유발하며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가 감염병 유행으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병원체, 숙주, 전파 경로에 우선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감염병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고려되는 건강 문제이다. 기후변화는 감염병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감염병은 감염 그 자체로, 그리고 감염병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취약 인구집단별 영향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구집단이 존재한다.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에 대해 취약한 대표적인 집단은 아동, 노인, 정신질환자, 여성, 소득이 낮은 사람 등이다. 

첫째, 아동은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영향에서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폭염, 산불 등 극단적인 기상 사건들에 대한 경험은 아동의 감정 조절능력, 우울과 걱정, 수면장애, PTSD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 더욱이 어린 시절의 이러한 경험이 잘 다뤄지지 않을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도 정신건강 이슈를 경험할 수 있으며, 아동은 자신이 의존하는 보호자의 정신건강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노인은 신체적 건강과 이동성의 약화, 정보 획득의 한계 등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취약하며, 특히 폭염과 홍수 등 자연재해 경험은 그들의 우울 위험을 증가시키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 또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 있는 노인일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노출 경험이 그들의 정신건강 이슈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기존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정신건강 이슈로 인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취약한데,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 경험은 이들의 기존 정신건강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 예로 폭염은 기존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상황을 악화시켜 이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넷째, 임산부를 포함한 여성들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영향에 있어서 취약한 그룹 중 하나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대해 걱정, 좌절, 슬픔, 두려움 등의 감정을 더 많이 경험했으며, 불안이나 PTSD와 같은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경험도 더 많았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여성의 정신건강은 기후변화 취약지에 거주하거나 교육수준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더욱 취약하다. 

다섯째,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이슈에 취약하다. 이들이 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농업, 어업 등)에서 일하거나 날씨에 민감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높고 자연재해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정신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과제는 뭘까. 

해당 보고서를 쓴 연구원들은 ▲기후변화 관련 범부처 정책에 정신건강 영향 반영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에 취약한 인구집단 및 지역을 위한 맞춤형 정책 수립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영향평가 반영 ▲정신건강 관련 기후건강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소통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 주관으로 국내외 여러 부문의 전문가들이 기후재난과 정신건강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기후변화와 관련 재해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심리 지원체계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직접적인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 외에도 환경적, 사회경제적 변화 등으로 파생된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포괄적으로 개입하여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변화 관련 범부처 정책에 정신건강 영향을 반영하여 관계 부처에서 선언적인 표명을 하고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다방면에서 사람들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는 매년 폭염,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데 그영향과 피해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하고 정신건강 이슈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관리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에 취약한 인구집단과 지역을 규명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는 자연재해 발생에 취약한 집단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이 포함돼야 하고, 각 지자체가 지역적인 특성에 맞게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수립하고 여기에 정신건강 대응 방안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연구원들은 “미국의 국가기후평가와 영국의 기후변화 위험평가를 비롯해 비슷한 목적의 국가 보고서에서도 기후변화의 정신건강에 대한 영향이 중요한 영역으로 포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도 향후 기후보건영향평가에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에 대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들은 “최근에 시작된 기후보건영향평가에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에 대한 내용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와 논의를 종합할 뿐 아니라 평가 결과가 실제적으로 정신건강 대응 관련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원들은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기후건강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소통체계를 다양한 차원에서 구축하여야 한다”며 “이것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정신건강 영향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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