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종식된지 2년여가 지났지만 서울의 대표적 상권에 위치한 건물 가운데 빈 곳이 많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올해 1분기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 주요 6대 상권 중 가로수길 공실률이 41.2%로 가장 높았다. 강남 20.7%, 청담 19.1%, 홍대 14.4% 등이 뒤를 이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60개국 400개 이상 지사에서 5만3000여명이 전 세계 투자자들과 임차사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이다. 한국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지사는 2000년에 설립되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가로수길의 공실률이 높은 이유는 다름아닌 임대료에 있다. 한블록 차이인 세로수길이 북적이는 것과 달리 가로수길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있다.
가로수길(압구정로11길)과 세로수길(압구정로10길)은 위치상 차이가 거의 없지만 임대료는 세 배 정도 차이난다.
가로수길 중심 애플스토어 맞은 편에 있는 한 건물의 1층 임대료는 보증금 6억원에 월세 2800만원 수준이다. 비슷한 면적의 세로수길 건물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700만원선이다. 전용면적은 175~180㎡ 사이다.
건물 전체를 빌리는 통임대는 가로수길이 월 5000~7000만원 선이고 세로수길은 3000만원 수준이다.
가로수길은 코로나 이전에 유동인구가 폭발하는 대표적인 상권으로 손꼽혔다. 특색있는 가게들이 포진해 찾고 싶은 거리로 꼽혔지만 어느틈엔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가로수길을 점령하면서 특색없는 거리가 되고 말았다. 프랜차이즈가 대거 몰려든 이유는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기존 임차인을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으로 풀이됐다.
서울시내 각 지역에 가로수길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면서 원래 번화했던 거리 대신 새로운 거리들이 형성되고 있다.
공실률이 14.4%인 홍대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많은 특색있는 가게가 문을 닫았다. 많은 가게가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상수동을 지키고 있던 호호미욜 커피숍이 결국 2023년에 문을 닫았고, 그 자리를 메가커피가 차지했다.
홍대 상권의 경우 상수역과 홍대로 이어지는 도로의 큰 건물이 많이 비어있고 홍익대 건너편 공원 인근에도 많은 건물이 비어있다. 대신 주차장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레드로드가 가장 붐비는 지역이 되었다. 주차장이 없으면 손님이 줄어들 것을 걱정했으나 시민들이 주차장길을 공원화하자 주말이면 걷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예전에 한산했던 상수역 4번 출구에서 한강변으로 이어지는 동네와 합정역 5번 출구 이면도로쪽도 요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가로수길 대신 세로수길이 북적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여기저기서 벌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부으며 고군분투해서 자리잡은 가게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몰아내다보면 텅빈 가게에서 건물주가 제살깎아먹기를 하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