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청약제도 개편 등 각종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4만3804명으로, 전달 2556만3570명 대비 0.0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5월 2593만6069명에 비하면 1.51% 감소한 수치다. 기존 가입자가 지난 1년간 청약통장을 해지한 이는 약 40만명에 달한다.
도입된 지 40년 된 주택청약제도는 시행사(시공사)가 주택이 완공되기 전에 분양 청약을 통해 입주자를 모집하고 청약 당첨자의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활용해 주택건설 비용을 저비용으로 미리 충당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청약 당첨자는 2~3년 후의 아파트 준공을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증받는데, 일반적으로 높은 시세차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의 청약제도가 40대 이상의 유자녀 가구에 유리하고 청년에게는 불리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이 때문에 청년 사이에서는 ‘로또 청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분양이 있지만,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당첨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는 경제정책 정보지 ‘나라경제’를 통해 “청년층에 불리한 주택청약제도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소장에 따르면, 청년층은 2019년경부터 신축 아파트 분양보다는 구축 주택 구매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해 2021년까지 기존 주택 매매를 활발히 했다. 이 기간에 30대 이하 청년이 주택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50대를 제쳤다. 2019년 주택매매 거래에서 40대 비중은 25.8%, 20~30대는 24.5%였지만 2020년에는 20~30대의 비중이 26.0%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40대(25.2%)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2021년 수도권의 경우, 전체 주택매매에서 30대 이하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6%에 달하면서 40대의 22.3%를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소득과 자산이 적은 청년층이 40~50대보다 주택매매 비중이 높아지게 된 배경에는 ‘갭투자’의 적극적 활용과 ‘영끌’이 지목된다. 갭투자란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삼아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로, 무리한 대출 등으로 자금을 최대한 끌어 모아 집을 사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 2020~2021년 서울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갭투자 비중은 71%, 30대는 49%였다. 2021년의 경우, 청년층의 자가 점유 비중은 38.3%로 2020년의 40.7%보다 줄어들었다. 이는 거주와 투자의 분리가 가능한 갭투자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송 소장은 “이처럼 갭투자와 영끌로 주택을 구입한 청년은 자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게 된다”며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동시에 받은 영끌 청년에게 상당한 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소장은 청약제도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로또 청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의 과감한 혁신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새로운 주택청약 모델인 ‘구분소유권 청약’을 제안했다.
송 소장에 따르면, 구분소유권 청약은 먼저 주택의 소유권을 지분으로 쪼개고 이를 증권으로 상장한다. 이어 청년들은 주택의 지분 소유를 위해 증권 공모 신청을 하고, 동시에 동일 아파트를 대상으로 거주를 위한 임차 청약에도 참여한다. 분양 청약이 아닌 일종의 임대 청약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아파트의 투자수요를 구분해 증권으로 충족하고 주택의 거주수요는 임대 청약으로 충족한다.
상장하는 신축 주택의 구분소유권 공모주 배분은 현재 증권거래소의 기업공개(IPO)에 활용되고 있는 균등배분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즉 소액 투자자에게 공모주 배정 기회를 우선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구분소유권 공모 물량의 70%를 모든 청약자에게 균등하게 배정하고, 이 외의 물량은 청약금에 비례해 배분함으로써 과점적 혹은 독점적 소유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세입자로 최종 당첨되는 입주자는 임대 공모 후 기존의 로또식 청약 방법으로 결정한다. 세입자는 정해진 계약에 따라 거주서비스를 누리면서 매월 임차료를 지급하고, 이 임차료는 구분소유권을 가진 모든 투자자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배분된다.
송 소장은 “구분소유권의 거래를 위한 새로운 거래소 플랫폼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특정 상업용 빌딩을 대상으로 소유권 지분을 쪼개 공모 상장하고 지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실제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며 “카사코리아의 카사, 세종텔레콤 컨소시엄의 비브릭 등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제안했다.
송 소장은 기고문 말미에서 “혁신적인 주택청약제도가 도입되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산업과 신기술의 접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새로운 제도의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한다면 블록체인 기술의 보편화와 함께 기존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과 결합한 주택청약제도 혁신은 서류 중심의 계약 관행을 벗어나 전세 사기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