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그린슈머(Greensumer)’ 트렌드가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다. ‘그린 컨슈머(Green Consumer)’의 축약 합성어인 그린슈머는 ‘녹색소비자’로도 불리며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성을 일컫는다.
그린슈머 트렌드 확산에 일부 한국 소비자들은 북유럽국가 에스토니아에 주목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농지 중 약 23%가 유기농 농업에 활용되고 있으며 숲이 땅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영토의 약 28%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청정 자연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질 기준을 충족하는 7개 국가 중 하나다.
에스토니아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 등 청정 자연에서 탄생한 유기농 식재료에 기반해 식품산업이 발달해 있다. 또 식품산업에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앞장서는 국가이기도 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에서 두 번째로 깨끗한 식품을 생산하는 국가로도 인정받은 바 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 차원에서 식품의 생산과정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FAO에 따르면, 먹거리 산업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다. 축산업의 경우 14.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에스토니아 식음료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푸드테크를 활용해 새로운 식품 생산 방법을 고안하고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에스토니아의 식품기업 ‘젤라텍스(Gelatex)’는 지속가능한 육류 생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감자를 이용해 배양육 제조용 스캐폴드를 개발했다. 동물성 지방과 팜오일 등의 대체품을 생산하는 기업 아이오(ÄIO)는 ‘효모 바이오매스’로 식품 산업에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슈퍼푸드(Superfood)’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최근 세계 최초로 꿀에 대한 고유한 DNA 테스트 방식을 개발해 벌꿀의 추적성을 강화했다. 벌꿀의 DNA를 분석해 꿀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추적하고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더욱 품질 좋은 꿀 생산이 가능해졌다.
소화 기능을 향상해 주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ME-3 발견도 에스토니아에서 최초로 이뤄졌다. 해당 미생물은 소화기 건강을 촉진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며 항산화 기능을 향상해 건강에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토니아 카다르비쿠 김치(Kadarbiku Kimchi)는 완전 발효식품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김치처럼 발효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해당 제품은 유산균, 섬유질, 비타민C 등 다양한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어 에스토니아 인기 식품 중 하나로 여겨진다.
트레이드 에스토니아 관계자는 “에스토니아 식품기업들은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이미 국내에 진출한 에스토니아 기업들이 많고 올해 안으로 국내시장 진출 예정인 기업,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 등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50개 이상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최대 감자칩 제조기업 ‘발스낵’은 ‘트릿지(TRIDGE Co.)’를 통해 이미 한국에 유통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가장 오래된 양조장 ‘A.르코크(A. Le Coq)’의 제품들도 국내에 진출했다. A.르코크는 현재 발트해 지역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주류와 무알콜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EBM 그룹(EBM GRUPP), 노르드멜 (Nordmel)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말까지 국내시장에 진출 예정인 기업도 있다. 프리미엄 음료 제조기업 ‘뮬 드링크(MULL° DRINKS)’와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 코헤(KOHE)를 제조하는 ‘커피 크리스털(Coffee Crystal)’도 발스낵을 유통하고 있는 트릿지를 통해 국내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스크림 파우더 제조기업 ‘레발라(Revala)’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레발라 제품은 비건, 유당 프리 등 영양성분까지 고려해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준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