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명반응 없는 아이, 자폐 스펙트럼 체크리스트 점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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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명반응 없는 아이, 자폐 스펙트럼 체크리스트 점검 필요해”
  • 이다애 수인재두뇌과학 소장
  • 승인 2024.04.2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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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세, 서율이(가명)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여러 번 불러야 하는 일은 너무나도 익숙해졌습니다.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엄한 목소리로 호명하면 곧 잘 대답도 하는 것 보니, 가끔은 고집이 있어 그런가 싶어 서율이를 부르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출산과 동시에 맞벌이로 상황이 여의찮아 입주 돌봄 선생님이나 조부모님께 맡기고 주말마다 집에 데려오곤 했는데 문제는 어린이집에 위탁하고 나서부터 알게 됐어요.” 

아이가 워낙 고집도 센 데다 여러 번 불러야 하는 일이 잦아 익숙해진 탓에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다가,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발달 검사를 권유받고 나서는 아이의 행동 문제들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싶어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서율이 어머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들의 발달과 호명반응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어린이집은 최초 또래 집단 형성, 사회적 상호작용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활발한 사회적 신호를 주고받는 공간에서 자녀가 특히 또래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거나 혼자 동떨어진 행동이 수개월 동안 반복돼 관찰된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통해 전반적인 점검을 받아봐야 한다. 

특히, 서율이의 경우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그 질이 떨어지는 호명반응의 문제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경우 그저 기질적인 고집으로 여기지 않고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호명반응의 문제는 사회성 발달과 더불어 해당 연령에 배워야 할 것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인 발달 균형에서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갓난아이가 눈, 코, 입을 쫑긋거리며 웃는 배냇짓이나 부모님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이름을 부를 때 반응은 하는 것은 사회적 신호를 읽어내는 힘으로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해당 과정의 부재나 그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경우에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으로 보고 ‘자폐스펙트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는 유전적, 환경적, 동반 질환 유무, 지능의 결손 정도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진단명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부모님이 가장 빠르게 체크할 수 있는 부분은 눈 맞춤의 불안정, 호명 반응의 질, 지칠 줄 모르는 반복된 행동, 특정한 한 가지에만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이다애 수인재두뇌과학 소장

예컨대 자동차 장난감이 있을 때 바퀴를 바닥에 굴리며 밀어보는 등의 행동이 아닌 완구의 용도와 의미를 무시한 채, 자동차를 위로 쌓거나 뒤 짚어 바퀴만 쉴 새 없이 굴리는 등의 특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또 부모님의 말끝을 의미 없이 따라 하기도 하는데 “서율아, 밥 먹었니?”라고 질문했을 때 아이가 아주 반사적으로 “밥 먹었니”라고 앵무새처럼 따라하고 답변을 하거나 혹은 답변을 하지 않고 따라만 하는 말버릇이 관찰되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과 관련된 질환은 개인마다 양상과 그 정도가 다양해서 2013년 개정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서 증상의 가벼운 정도와 무거운 수준까지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했다. 대다수의 부모님들은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왔던 자폐 아동을 기준 삼아 자녀를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한글을 빨리 배우고 어려움은 따르지만 어느 정도 지시 수행이 되면 ‘늦된 아이’라고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적절한 개입 시기를 놓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언어, 비언어적 소통 방식에 특이점이 있는 경우다. 특히, 화용론적 언어 발달의 결손이 있는 경우가 가장 두드러진다. 화용론적 언어 지연이란, 말 그대로 대화 가운데 내포돼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데 곤란함이 있는 경우다.

다음은 주양육자가 유의 깊게 보아야 할 자녀의 행동이다.
1) 아이에게 재미있게 해주려 시도해도 미소를 짓지 않거나 관심이 전혀 없다.
2) 눈 맞춤을 거의 하지 않거나 불확실하게 눈을 맞춘다. 연령이 높은 아동일 경우 너무 빤히 쳐다보는 등의 부자연스러운 눈 맞춤을 하기도 한다.
3) 또래 집단으로 참여하는 놀이나 규칙을 가지고 주고받는 놀이, 즉 협동이 필요한 역할 및 상상 놀이를 오래 하지 못한다.
4) 빙글빙글 돌기, 손가락 튕기기, 아래위로 뛰기 등의 반복적인 행동이 있다.
5) 특정한 말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상대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또는 과거에 들었던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하기도 한다. 
6) 변화에 저항하고 일상 규칙을 융통성 없이 그대로 반복하려고 한다.
7) 관심이 매우 제한적이고 관심의 대상이 질적으로 특이하고 기이하기도 하다.
8) 진공청소기, 세탁기 소리 등의 일상적으로 흔하게 있는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극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9) 까치발 들기 등의 걸음걸이 이상, 자해, 공격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위와 같은 행동이 관찰된다면 가정에서 판단하고 기다려볼 것이 아니라 반드시 병원이나 가까운 기관을 방문해 객관적인 점검을 받아야 한다. 또 구체적인 설루션을 얻어 발달 균형에 목표를 두어 반드시 조기에 개입해야 한다.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성 발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관찰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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