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트럼프 당선 되면 美 경제 어떻게 될까
상태바
[전망] 트럼프 당선 되면 美 경제 어떻게 될까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4.04.2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이 또다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계정 화면 캡처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선 가운데, '트럼프 당선'이 미국의 경제에 미칠 영향은 과연 뭘까.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이 또다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송원근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POSRI 이슈리포트(美 대선 트럼프 당선 가능성과 미국의 인플레이션)를 통해 "트럼프가 당선되면 최근 과도한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는 미국경제가 향후 다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 연구위원은 미국 국내 제조업 생산 확대를 위한 보호무역, 이민 억제, 에너지정책 등의 특징을 지닌 트럼프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무역정책·이민정책·정책 불확실성 증대

그는 해당 보고서에서 무역정책 이민정책 정책 불확실성 증대 측면에서 인플레 가능성을 분석했다. 먼저,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의 보편적 기본 관세와 매칭세 부과 등 고율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 강화는 수입재의 가격 상승을 야기하여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의 강력한 이민 제한 정책은 혁신 및 생산성 향상을 제약하고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급진적 정책들, 예컨대 우크라이나 문제 대응 방식이 실행될 경우 정책의 불확실성 증대로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을 왜곡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

트럼프는 지난 3월 5일(현지시각) 슈퍼화요일(Super Tuesday)을 기점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 또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각) 실시된 트럼프-바이든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 10개 중 7개에서 트럼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현 바이든 정부에 대한 큰 비판 요소 중 하나는 높은 인플레이션율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바이든의 임기가 시작된 2021년부터 급격히 상승해 2022년에는 8%를 상회하는 고물가를 기록하다가 최근 3%대로 하락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기업 수익성 악화, 은행 부실 및 파산 등이 발생했다.

트럼프는 반세기 만에 발생한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바이든 정부의 ▲증세 정책 ▲친환경 에너지정책 ▲과도한 정부지출을 지목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정책의 특징들

트럼프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코퍼릿 아메리카(Corporate America·미국의 기업 세계)’로  미국의 국내 제조업 생산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보호무역, 이민 억제, 감세, 에너지정책이다. 

보고서는 보호무역 강화의 경우 수입재 가격의 상승으로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높일 것이라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2017~2020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덤핑-보조금 조사 강화, 무역법 적용을 통해 전반적인 관세장벽을 높였다. 또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와 동일한 수준의 매칭세(matching tax)를 추가로 부과하는 공격적 관세정책을 시행했다.

“트럼프 1기보다 공격적 관세정책 예상”

보고서를 작성한 송원근 연구위원은 “여전히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면서 트럼프 1기보다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MFN rule)’으로 인해 중국 등의 생산자들은 미국의 낮은 관세 혜택을 보지만 미국의 농민, 제조업자, 근로자 등 생산자들은 다른 국가의 높은 관세 부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혜국 대우 원칙이란 WTO 회원국들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동일한 최저관세율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송 연구위원은 “관세가 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부과되며 관세장벽을 전체적으로 높일 것으로 보이고 이는 수입 가격을 상승해 인플레이션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견제를 위한 무역정책도 중국산 제품의 덤핑-보조금 조사를 통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기존 방식에 더해 모든 중국산 제품 수입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어 중국산 수입의 급감으로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임금 이민 노동 의존산업, 타격 받을 것”

이민정책의 경우 많은 이민자가 추방될 수 있다는 우려와 농업, 레저-유통산업 등 저임금 이민 노동에 의존하는 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당선 시 취임 첫날에 불법 이민자가 출산한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이 자동 부여되는 정책을 행정명령으로 폐지하고 ‘원정출산(birth tourism)’을 불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에는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 조치뿐만 아니라 미국 근로자들의 고용 우선을 위한 이민 제한 조치까지 포함됐다.

송 연구위원은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반이민 정서를 촉발하는 강력한 이민정책은 불법 이민뿐만 아니라 합법 이민까지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강하게 이민을 제한하는 트럼프의 이민정책은 저숙련 근로자뿐만 아니라 숙련 근로자의 이민을 크게 제한해 미국 전 산업에 걸쳐 비숙련 근로자와 숙련 근로자의 노동 공급 감소를 초래, 임금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고숙련·고학력 노동의 이민은 생산성 향상 및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저숙련 노동의 이민은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에 기여한다는 게 송 연구원의 설명이다. 송 연구원은 “고숙련·고학력 이민은 많은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물가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저숙련 이민은 저숙련 노동집약적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 안정을 통해 고숙련 노동의 원활한 공급에 일조해 생산성 향상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노동의 이동성을 증대해 노동시장의 효율성 제고에도 기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숙련 이민의 증대가 임금 비용 감축으로 생활물가 안정에 기여하는데 이를 제한하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문제 등 급진적 정책들, 불확실성 증대로 인플레이션 촉발 가능성 높아”

송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교조적인 감세정책에 대해 재정 문제를 부각하고 에너지정책은 정치적 파장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하는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기업의 세부담을 낮춰 경제성장 촉진이 예상되는 반면 미국의 정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비주류적인 경제정책으로 미국 재정 혹은 국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면 금융시장 부실, 자본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경제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그린 뉴딜 파기, 파리기후협약 탈퇴, IRA 폐지 등 에너지정책의 전환은 국내외로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높은 정책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트럼프가 집권해 현재 주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 등 급진적 정책들을 실행할 경우 정책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준 신뢰도 훼손 우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해 송 연구위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전통적으로 정치권력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용돼 왔지만 트럼프 집권 시 연준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정치적 인물을 연준 이사로 임명해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방안이 있으나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임기 중 임명할 수 있는 이사의 수는 12명 중 2명에 불과해 직접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무역정책, 이민정책, 에너지정책 등 급진적 정책들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는 예상치 못한 거시경제적 변동성을 높여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을 왜곡하고 독립성을 약화해 금리인하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