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성인들보다 금융이해력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최근 학생들의 금융 관련 지식과 투자에 대한 인식 등을 평가한 ‘청소년 금융이해력 수준 및 금융생활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5~6월 전국 17개 시도 초등 2870명, 중학생 3041명, 고등학생 2847명 등 8758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금융이해력은 금융지식과 태도, 행위를 총 2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100점으로 환산해서 점수를 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개발한 평가 척도를 이용하며 한은과 금감원이 2년마다 전국민 금융이해력조사를 실시할 때 이를 활용한다.
고등학생들은 금융이해력에서 종합 점수 67.2점을 획득해 ‘2022년 전국민 금융이해력조사 결과’의 20대 청년 65.8점, 성인 전체 평균 66.5점 보다 높았다.
인플레이션 의미, 이자 개념 등을 평가하는 금융지식 항목에서 고등학생은 74.4점으로 성인의 75.5점보다 조금 낮았다. ‘복리 개념의 이해’ 측정 문항은 고등학생 44.3점, 성인 39.1점이었다.
소비 대신 미래를 위해 저축하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고점을 받는 금융태도에서는 성인 52.4점, 고등학생 48.2점이었다.
예산 관리, 평소 재무상황 점검, 장기 재무목표 설정 여부 등을 평가하는 금융행위에서는 고등학생 71.6점, 성인 65.8점으로 받아 고등학생이 확연히 우세했다.
고등학생들이 금융이해력을 비롯해 금융지식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디지털로 금융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때문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2020년부터 10대를 겨냥한 전용카드를 내놓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본인 명의 체크카드를 처음 사용한 시기도 점점 앞당겨지는 추세다. 이번 연구에서 고등학생 중 중학교 1~2학년 때 처음 발급 받았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은 초등 4~5학년 때부터 썼다는 응답이 61%였다.
직접 금융 정보를 찾거나 금융학습 활동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고등학생 37%, 중학생 24.9%가 “해본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복수응답으로 측정한 활동 내용을 보면 경제 뉴스를 찾아본다는 응답이 88.9%로 가장 많았고, 관련 동영상을 본다는 응답이 73.7%, 관심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한다는 응답이 43.2%로 뒤를 이었다.
청소년 때부터 금융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카드와 연동된 앱 기능을 활용해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금융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또한 자산 호황기에 금융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청소년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번 또래 친구들 보고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고등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용돈기입장과 돼지저금통 등 아날로그 금융경험이 전부였던 과거 세대와 달리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일상적으로 돈 관리를 하는 요즘 고등학생들이 생일이나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등 기념일에 주식을 선물로 주고 받기도 한다.
'어릴 때 돈을 알면 안된다'는 고전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젊은 부모들이 일찌감치 자녀들이 금융과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 고등학생들의 금융이해력을 높인 계기라는 분석도 있다.[이사론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