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서 경제를 배우다》는 역사적 사실을 경제라는 관점을 통해 분석한 책이다. 경제학박사인 최연수 저자는 인류 문명이 싹튼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부터 21세기 기술혁명과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역사를 움직인 경제사 50장면을 포착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이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겸손한 시도’라며 현대인의 복잡하고 분주해진 삶에 나침반 역할을 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런만큼 매꼭지마다 역사적 사실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현재와 연결하고,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에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간략하게 짚어준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경제는 문명과 함께 태어났다’ 편은 유럽의 부흥과 13세기에 세계화를 이룬 칭기즈칸, 실크로드, 기독교와 신항로 개척 등등 초기 경제의 움직임을 펼쳐 보였다.
2부 ‘세계, 경제에 눈을 뜨다’는 영국의 산업혁명, 산업에 눈을 뜬 미국,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신한 러시아, 젊은 대륙 인도, 중남미 경제, 검은 대륙 아프리카까지 전 대륙으로 확대된 경제 역사를 다루고 있다.
3부 ‘과거로 미래의 경제를 내다보다’에서는 금융 투기의 역사, 금본위제, 달러 체제 같은 다양한 경제 상황들을 다루고 있다. 50개의 소제목만 훑어봐도 세계 역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후추와 석유를 둘러싼 평행이론, 청어의 이동과 한자상권의 흥망, 설탕과 차, 커피의 경제학’ 같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고려의 개성상인과 신라 장보고의 해상무역도 50개 장면 중에 포함되었다. 13세기 개성은 인구 50만 명을 자랑하던 국제무역도시였다. 서양보다 2세기 앞서 복식부기를 사용한 개성상인들은 철저한 신용관리와 근면함·조직력으로 인삼과 포목, 농기구들을 전국적으로 유통시키면서 조선 후기에 거대자본가가 되었다. 중국·일본과의 직교역이 단절되었던 17세기 중반에도 조직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외교역을 독점했다.
1200년 전 장보고는 제해권과 무역권을 손에 넣고 동북아의 해상 상권을 지배했던 인물이다. 중국과 일본이 억지 주장을 하며 해상권 확보에 열을 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해상무역의 일인자 장보고이다. 장보고의 업적을 잘 연구하면 우리나라가 동북아 해상무역의 허브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온 역사는 미래를 밝히는 거울이다. 급속한 변화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사에서 경제를 배우다》의 역사적 장면에 현재를 대입한 뒤 깊이 생각하면 답이 보이고 길을 생길 것이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