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MZ세대의 불안과 니즈를 엿볼 수 있는 글로벌 조사가 나왔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전 세계 44개국 MZ세대 총 2만여 명 이상(밀레니얼 세대 8373명, Z세대 1만448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인터뷰 조사 결과를 묶은 ‘딜로이트 2023 글로벌 MZ세대 서베이’ 국문본을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 MZ세대도 포함돼 있어 국내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MZ세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현안은 생계비(35%)로 나타났다. 이어 실업(22%), 기후변화(21%)순이었다. 올해 조사의 가장 특징적인 결과인 ‘생계비 우려’는 국내 포함 글로벌 전 세대에 걸쳐 최우선 관심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근로를 병행하는 세대 비율이 증가한 배경이기도 하다.
직장 내 워라밸 만족도가 증가한 것도 올해 나타난 특징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2019년 팬데믹 전과 비교했을 때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워라밸 만족도가 각각 13% 포인트씩 증가했는데, 이는 재택근무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전히 워라밸 보장에 대한 기대 수준은 세대 구분 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소속 회사로 하여금 △파트타임 근무 허용 △주 4일 집중근무제 도입 △직무 공유(잡셰어링) △유연 근무 시간제 등의 도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Z세대(34%)·M세대(26%), N잡러 시도... 글로벌 MZ세대의 부업 병행 비율, 국내보다 높아
국내 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한국 MZ세대 501명 중 Z세대(48%)와 밀레니얼(46%) 두 세대 공히 생계비 증가를 최대 관심 사안으로 선택했다. 소득 부족으로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Z세대(31%)와 밀레니얼(24%) 세대 비율 또한 전년 대비 각각 3%p와 2%p 증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국 Z세대 여성은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임금인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는 계속 올라 월급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는 부업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글로벌 MZ세대의 상황도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년 대비 각각 6%p증가한 비율로 Z세대(35%)와 밀레니얼(42%) 세대가 생계비를 가장 우려했다. 부업을 병행하는 응답자 비율 또한 Z세대(46%)와 밀레니얼(37%)에서 각각 전년 대비 3%p 및 4%p 증가했다. 글로벌 MZ세대의 부업 병행 비율은 국내보다 높다.
MZ세대는 주로 첨단기술 분야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부업 내용은 제품 및 서비스 온라인 판매(Z세대 21%, 밀레니얼 25%), 음식 배달 및 차량공유 앱 등 긱(gig) 경제활동(Z세대 20%, 밀레니얼 19%), 예술 활동(Z세대 18%, 밀레니얼 15%),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활동(Z세대 16%, 밀레니얼 15%) 등으로 집계됐다.
직장인의 최우선 덕목, ‘워라밸’
직장에 대한 워라밸 만족도는 밀레니얼 세대 31%, Z세대 34%로 2019년 조사 대비 각각 13%p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을 경험하며 소속 회사가 업무환경 유연성 제공 등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장 선택 최우선 고려 항목으로 워라밸, 자기계발 및 학습, 급여 순으로 응답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준 Z세대 32%, 밀레니얼 세대 37%가 가장 선호하는 직장인의 자질로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는 능력’을 선택했다. 여기에 Z세대와 밀레니얼 모두 가장 선호하는 업무 방식으로 근무 장소 선택이 가능한 형태(Z세대 34%, 밀레니얼 31%)를 꼽았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워라밸을 위해 주 4일 집중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Z세대 32%, 밀레니얼 35%)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휴가 사용 장려 문화(Z세대 28%, 밀레니얼 32%)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특히 파트타임 일자리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글로벌 MZ세대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Z세대 36%, 밀레니얼 30%가 ‘기업들이 파트타임 직원들에게 승진기회, 핵심업무 참여 등 커리어 발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다만 소득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는 근로시간 단축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응답자의 2/3에 달했다.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도 업무량은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MZ세대는 커리어 결정 시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경향을 많이 보였다. 10명 중 4명(Z세대 44%, 밀레니얼 37%)이 ‘윤리적 문제로 배정받은 업무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Z세대 39%, 밀레니얼 34%는 ‘신념에 부합하지 않은 회사의 채용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Z세대 58%, 밀레니얼 55%가 ‘현재 소속된 조직이 구성원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답했으나 Z세대 32%, 밀레니얼 35%는 ‘여전히 하향식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MZ세대 친환경 소비에 ‘관심’ 있지만 지갑 열리지 않아
기후 변화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0명 중 6명(Z세대 60%, 밀레니얼 세대 57%)이 지난 한 달간 환경에 대한 불안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MZ세대의 경우 같은 질문에 글로벌 응답 대비 Z세대는 4%p, 밀레니얼은 11%p 높은 64%, 68%를 기록했다. MZ세대 10명 중 7명은 ‘환경 영향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MZ세대 60%는 ‘지속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이보다 4%p 낮은 56%를 기록했다. 관건은 재정 스트레스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지속 가능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절반(Z세대 53%, 밀레니얼 55%)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절반 정도(글로벌 Z세대 53%, 글로벌 밀레니얼 48%, 한국 Z세대 51%, 한국 밀레니얼 46%)는 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 외부요인 때문에 기후 전략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소속 회사의 기후행동 실행을 위해 압력을 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글로벌 Z세대 50%, 글로벌 밀레니얼 46%, 한국 Z세대 44%, 한국 밀레니얼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재호 한국 딜로이트 그룹 고객산업본부 본부장은 “이번 리포트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워라밸과 커리어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기후 변화 및 환경 문제, 지속가능성 등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간한 ‘딜로이트 2023 글로벌 MZ세대 서베이’ 국문본 전문은 딜로이트 홈페이지 혹은 딜로이트 인사이트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우진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