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기자] 배우 권영찬이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통해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계엄군에 투입되지만, 소신을 잃지 않고 시민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김경수 캐릭터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오월의 청춘’은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두 남녀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권영찬은 극 중 희태(이도현 분)의 대학 친구이자,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입대 돼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김경수 역을 맡았다.
“‘오월의 청춘’은 그 시대를 살았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각자 평범한 일상을 살았을 청춘들이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오월의 청춘’은 1980년대를 그린 시대극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또 다른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시대적 배경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알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돼 개인적으로는 더욱 뜻깊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대적 배경 가운데 경수가 처한 상황과 그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권영찬의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모든 장면이 다 기억에 남지만, 굳이 꼽자면 세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석철 씨를 업고 희태를 찾았던 장면, 광주에서 시민들을 진압하다 우연히 희태와 마주친 장면, 그리고 마지막회에서 죽어가는 명희를 발견한 장면입니다. 세 장면 모두 연기하면서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오월을 살아가고 있을 청춘이었을 텐데, 촬영 중간 중간 계엄군이 돼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슬펐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극 중 김경수는 군대 안에서 선임의 괴롭힘으로 고문관 취급을 받으며 적응에 힘들어했다. 이후 또 다른 선임을 만나 군 생활에 작은 평화를 얻었다. 권영찬은 “다행히도 아직 경수처럼 제 의지와 상관없이 꼭 했어야 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며 대신 힘들 때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을 언급했다.
“가장 힘이 됐던 것은 역시나 가족인 것 같습니다. 가족과 오래된 친구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던 시간 가운데 저보다도 제 가능성을 믿어준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어 2021년의 권영찬은 1980년대 김경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 물었다.
“고생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사실 뭔가 말해주고 싶다기보다, 경수 곁에 묵묵히 있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끝으로 권영찬은 함께 호흡하고 고생했던 ‘오월의 청춘’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가득 담은 인사를 전했다.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감독님, 스태프분들 덕분에 작품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도현·고민시 선배님, 그리고 홍 병장 역에 노상보 선배님, 이 상병 역에 김은수 선배님 등등 배우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편인데, 후배인 제게 먼저 다가와 주시고 챙겨 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김경수와는 작별했지만, 배우 권영찬의 청춘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