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기자] 개그우먼 박나래가 성희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자필 편지를 비롯해 출연 중인 '나 혼자 산다'를 통해서도 사과하며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었던 '헤이나래' 제작진은 뒤로 쏙 빠진 상황이다. 결국 박나래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 엉뚱하게 불똥이 튀고 있다.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은 지난 3월 방송한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의 웹 예능 '헤이나래' 2편에서 불거졌다. 박나래는 '암스트롱맨'이라는 남성 인형을 탐구하던 중 남성의 주요 부위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연출, 성희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삭제됐고, 박나래는 자필 편지를 통해 사과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방송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도 할아버지에게 충고를 듣고 반성하는 박나래의 모습이 그려졌다. 박나래는 '나 혼자 산다' 멤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는 박나래를 향한 테러 수준의 공격이 자행 중이다. 박나래가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하차 요구를 비롯한 악성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마치 박나래 혼자서 모든 잘못을 한 마냥 무분별한 비난을 퍼붓는 대중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번 논란이 비단 박나래 개인만의 잘못일까.
전면에 나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건 출연자다. 하지만 한 프로그램 안에는 수많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제작진이 존재한다. 이번 논란이 박나래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헤이나래'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부터 아슬아슬한 개그였다. 제작진도 박나래의 '19금' 캐릭터를 가져와 '헤이나래'를 진행했다. 박나래의 행동과 멘트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차단할 수 있었다. 안일한 생각이 불러온 논란이다. 고로, 박나래의 행동에만 책임을 묻는 건 옳지 않다.
프로그램 폐지라는 제작진의 꼬리 자르기 식 대처도 문제가 있다. 박나래가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질타와 비난을 혼자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다.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나머지 문제는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이다.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함께 책임을 통감하려는 제작진 태도의 부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