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기자] ‘반도체 강국’인 대한민국은 여전히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높다. 시스템반도체는 세계 점유율 1% 내외에 불과해 지난 해 4월 정부와 기업은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를 차세대 먹거리로 정하고,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올해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산업통상자원부 예산(1096억원)을 포함, 271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2019년(881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금액인데, 팹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300억원 이상의 신규 연구개발(R&D) 과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팹리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으며, 그 육성 지원 결과는 현재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만한 기업은 어보브반도체다. 어보브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로, 사업 특성상 제조는 파운드리 회사 및 후공정 회사에 외주로 맡기고 있고 국내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대우 등이다. 중국, 유럽, 일본에도 MCU를 공급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리모컨 분야 시장점유율 80%로 1위에 등극했으며, 소비자 가전향 MCU 시장의 경우 2019년 기준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어보브반도체가 만드는 MCU는 백색가전, TV, 모바일, 소형가전 등 400여 가지 다양한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또한 반도체에 내재된 블럭에 따라 범용 제품(일반 기능)과 전용 제품(특수 기능)으로 구분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용 제품 매출 비중은 41%, 범용 제품은 56%다.
특히 어보브반도체 매출과 이익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 가운데 최근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126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139억원이다. 국내와 중국향 매출이 늘었고 매출원가율이 5.7%P 하락한 덕에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최근 분기인 2020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238억원 대비 40% 증가한 334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억원에서 35억원으로 191% 늘었고, 순이익은 13억원에서 36억원으로 176% 증가했다. 특히 MIMO(센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MIMO의 1분기 매출액은 104억원(+164% 전년동기비)이고 작년 연간 매출 318억원의 33%에 달한다. 게다가 매출 비중은 17%에서 31%로 확대됐다. MIMO(multiple-input and multiple-output)는 다중의 입출력이 가능한 안테나 시스템이다.
이런 가운데 어보브반도체는 지난해 말 블루투스 저전력 5.0을 지원하는 IP관련 신기술 인증을 획득해 눈길을 끌었다. 회사 측은 "기존 주력시장인 MCU 사업에서 센서 및 RF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해 IoT 시장에서 주도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전한바 있다. 또한 지난 2018년엔 aBLE 블루투스 저전력 v4.2 SoC 제품 시리즈도 선보였다.
재무 안전성 또한 양호하다. 2020년 1분기 기준 부채비율 20%, 유동비율 509.4%를 기록했다. 어보브반도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적자를 기록했던 2017년을 제외하고 8~13% 사이에 형성됐다. 어보브반도체 주가는 주로 주당순자산 위에서 거래됐는데, 올해 3월 급락 때는 1.2배를 기록했고 현재 1.6배 PBR은 저점 대비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육성 정책이 강소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반도체강국'의 입지를 더욱 굳혀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