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코로나 공실 채워달라 사정하더니”... 이지스자산운용, 세입자와 거액 소송전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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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코로나 공실 채워달라 사정하더니”... 이지스자산운용, 세입자와 거액 소송전 ‘눈살’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4.10.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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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입점해달라 찾아와 구애할 땐 언제고”... 이지스자산운용, 임차인 상대 41억원 청구

이지스자산운용이 자사가 운용하는 건물 세입자를 상대로 한 거액 소송전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자사가 운용하는 서울 중구 명동2가 33-1번지에 위치한 청휘빌딩 102호(A면)과 103호(B면)의 젊은 자영업자 부부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 2건과 부당이득청구소송 1건 등 총 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영업을 하는 부부 임차인은 이지스자산운용 직원 P과장으로부터 직접 청휘빌딩 103호의 입점 제안을 받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관리업체도 아니고 직접 임대를 제안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앞서 다른 건물에서 임대차 계약을 제대로 마무리해 신뢰가 쌓였던 데다가 굴지의 대기업과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심 없이 계약을 맺었다는 게 이들 부부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지스자산운용과 이 자영업자 부부는 이 빌딩 계약에 앞서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이 회사에서 운용하는 명동의 또 다른 건물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계약기간을 성실히 이행한 뒤 마무리한 적이 있었다. 청휘빌딩의 103호 임대차 계약도, 2021년 4월 보증금 1500만원에 임대료 월 매출의 10% 조건에 맺은 뒤 18개월간 문제없이 임대차를 진행했다.

갈등은 이지스자산운용의 두 번째 제안인 청휘빌딩 102호 계약 이후 붉어졌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장기연장’이 가능하다는 구두약정을 바탕으로 계약서 상 ‘6개월 단기계약’을 체결했다가 담당자가 K차장으로 바뀌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매장을 바로 비우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다. 당시 부부는 기초공사에만 1억1000만원이 달하는 금액을 들여 2개월간 공사를 끝내고 영업준비를 시작하던 상황이었다.

임차인 부부는 이 계약이 “실질적인 장기 임대차 계약”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정식 직원이었던 P과장이 코로나 이후에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오롯이 이지스자산운용의 사정에 따라 ‘계약서 상으로만 단기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청휘빌딩 임차인인 30대 자영업자 A씨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대지 150평 규모 청휘빌딩의 목표 매각가를 1500억원으로 잡아 103호의 경우 월 1억2610만원, 102호의 경우 2억4850만원의 임차료를 받아야 정식계약을 맺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장기계약이 필요했지만 이지스자산운용 직원이 102호 입지가 더 낫고 103호와 같은 동일한 조건으로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사정을 해 이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며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지스자산운용 직원이 102호를 제안할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103호 운영도 버거운 상황이고, 102호까지 새로 매장을 운영하려면 인테리어 공사도 해야되는 상황이라 재차 거절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이지스자산운용 직원의 간절한 구애에 입점을 결정했다”며 “상식적으로 공사비를 억대로 들이고 누가 몇 년이 걸려서 투자금을 회수할 지도 모르는 매장을 6개월 단기로 계약하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퇴거 시 원상복구 기준을 임차인들의 기초공사 이후로 통보했다. 당시 청휘빌딩 102호는 리모델링 이후 한 번도 임대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바닥, 전기, 칠, 목공, 설비 등 기초공사를 마무리했는데 이 공사의 완료를 기준으로 원상복구를 명령한 것이다. 임차인 측은 “이지스운용에서 공사만 시키고 내쫓으려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며 “너무 황망하고 당황스러웠지만 당장 나갈 수도 없고 그러기엔 손해도 너무 큰 상황이라 계약을 연장시켜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대료를 올리더라도 매장을 사용만 해달라는 부부에게 이지스자산운용의 변경된 담당자 김모 부장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청휘빌딩의 목표 매각가에 맞는 임대료(103호 월 1억 4500만원 102호 약 월 2억5000만원)가 아니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이 사이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이들을 상대로 명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도 명도소송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피고에게 일시 사용이 아닌 장기간의 상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지스자산운용측 손을 들어줬다. 

임차인 부부는 장기연장이라는 구두약정이 아니었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계약서상은 단기계약이었지만 이지스운용 측은 지속적인 연장을 약속하면서 공사기간 2개월과 렌트프리 2개월, 총 4개월을 무료로 쓰게 해줬다”며 “일반적인 단기계약이라면 어떻게 6개월의 단기계약을 맺으면서 4개월 간 렌트프리를 주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이번 계약은 계약서상으로만 단기계약이었을 뿐 앞서 103호는 18개월을 연장하기도 했고  를 기반으로 옆 매장도 계약했기 때문에 절대 ‘단기계약’으로 볼 수 없다”면서 “코로나 적자 상황에서 진 빚도 파산하지 않고 열심히 갚으며 어리석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열심히 살아온 저희가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자체적으로 고용한 감정평가업체의 일방적인 감정평가서를 근거로 이들이 매달 3억7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부당이익으로 취하고 있다면서 총 4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당이득취득금액으로 청구했다. 더욱이 소송이 시작되자마자 가압류를 걸어 통장 사용을 막고 카드매출 입금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까지 취했다.

부부는 코로나 적자에 입점 투자비, 각종 소송비까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앉았지만, 여전히 시세대로 임대료를 지불할 테니 현재 투자비용이 들어간 건물을 그대로 사용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A씨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우리에게는 월 임대료 1억4500만원을 제시해놓고 후속 임차인과는 월 1200만원에 계약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더라면 받아들였을 건데 아무리 합의하려고 해도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우리도 현실에 맞는 적절한 임대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자영업자인 상가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생겼지만 ‘일시 사용이 명백한 단기임대차’는 법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이들 부부처럼 피해를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물의 소유주들이 저렴한 임차료로 최대 10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목상 단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를 막을 법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지스자산운용의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일개 자영업자 임차인을 상대로 41억원에 달하는 소송전을 치루는 것은 상생경영을 무색케 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며 “이지스자산운용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경우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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