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0% 수준의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p(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하고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요국의 경기 불확실성은 다소 높아졌으며 인플레이션은 둔화 추세를 지속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중동 지역 리스크,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에 영향받으며 장기 국채금리와 미 달러화 지수가 하락했다가 반등했다.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 경기 상황 및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정치 상황 등이 주요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다. 고용은 취업자 수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에 비해 전망(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성장경로는 내수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 및 IT 수출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안정세가 뚜렷해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가격의 큰 폭 하락으로 1.6%로 낮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0%로 둔화했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8%로 낮아졌다.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요압력으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금통위는 전망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하회하면서 올해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2.5%)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보이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의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상승률이 지난 전망(2.2%)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모두 지난 전망치(2.1% 및 2.0%)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 지역 리스크의 전개양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 환율 움직임, 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국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장기 국고채금리가 하락했다가 반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아 등락했다. 주택시장은 수도권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고 거래량도 축소됐으며 지방에서는 부진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상당폭 축소됐다.
금통위는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물가,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진 마켓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