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칼럼] 선택과 집중, 최소 소비로 최대 만족 추구하는 요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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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칼럼] 선택과 집중, 최소 소비로 최대 만족 추구하는 요노족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4.10.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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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바천국
사진=알바천국

2020년 11월 출간된 《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의 서평 기사에 ‘이 책을 읽으려면 ‘탕진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탕진잼(소소하게 낭비하며 느끼는 재미), 플렉스(flex, 돈 자랑), 욜로(YOLO, You Live Only Once, 인생은 한 번뿐)가 2030세대를 대변하는 단어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돼 10년 가까이 이어온 욜로 트렌드가 밀려나고 있다. 

요즘 2030세대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하나만 있으면 된다)를 추구한다. 꼭 필요한 소비는 하되 불필요한 소비는 몰아내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소비 방식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뿐만 아니라 가실비(가격 대비 실사용 비율)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까지 충족되지 않으면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

각종 조사 결과에서도 요노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종합 커뮤니케이션그룹 KPR의 부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플렉스’와 ‘욜로’ 언급량은 2022년 상반기 8만93건에서 2024년 상반기 6만47건으로 12% 줄어든 대신 ‘무지출’과 ‘무소비’ 언급량은 1만4819건에서 2만7481건으로 8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선택과 집중의 소비 트렌드 요노’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한 젠지(Gen-Z, Generation Z의 약자)를 중심으로 요노 트렌드가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했던 와인·위스키 등 고가 수입 주류 수요가 줄어들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량은 1만2663톤으로 지난해 대비 24.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와인도 21.9% 하락했다.

택시 이용도 줄었다. 농협은행의 올 상반기 트렌드 보고서에 ‘2030세대의 일평균 택시 이용 건수가 21% 감소해 다른 연령대의 3%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내용이 등장했다. 

알바천국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71.7%가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요노 트렌드를 추구한다’고 답했다. 소비를 줄이는 항목으로는 식비(36.9%)가 가장 높았다. 대신 무한리필과 중저가 뷔페형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의 조사 결과 지난 6월 뷔페 부문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2022년 6만 대에 육박했던 2030세대의 수입 신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 4만8000대로 17.9%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 수입 신차 등록에서도 2030의 비중은 17.8%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신중한 지출을 선호하는 요노족을 잡기 위해 편의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부터 ‘천원 맥주’ 마케팅을 펼쳐 8월까지 약 40만 캔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GS25도 초저가 PB브랜드인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올해부터 30여개 선보여 누적 매출액 240억 원을 기록했다. 

CU는 990원 우유와 1000원 두부로 큰 인기를 끌었다. 두부는 출시 보름 만에 3만 개가 판매됐다. 올해 초 선보인 ‘880 육개장 컵라면’과 ‘990 스낵’은 8월까지 각각 누적 판매량 60만 개와 50만 개를 돌파했다. 

5000원 이하 상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최근 뷰티 영역을 확장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소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매출액 3조4064억5500만원, 당기순이익 2505억4200만원, 영업이익 2617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6%, 26.9% 늘었다. 영업이익도 9.4% 증가했다. 

알뜰한 요노족들이 리필제품을 선호하면서 빈 용기에 물건을 담아주는 리필스테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리필스테이션에서 구매한 제품이 일반 상품보다 평균 41.8%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도 요노 트렌드를 반영한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일례로 토스는 만 19세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지출 챌린지’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에 포함된 카드 사용 내역을 기반으로 지출 내역이 없다면 다음날 일정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요노 트렌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이 장기화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3.6%가 증가한 데 비해 39세 이하 가구주의 평균 소득은 6470만 원에서 6762만 원으로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계부채도 부담이 되고 있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2022년 1421만 원에서 2023년에는 1671만 원으로 17.6%가 증가했다.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고금리로 인해 부채 상환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요노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요노 트렌드는 2030세대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로 난국을 잘 헤쳐나가는 증거이기도 하다. 저성장 기조에서 태어나 저성장 미래를 내다보며 살아온 2030은 포인트나 쿠폰, 앱테크에 능란하며 필요할 때마다 아르바이트로 경제관리를 해온 탄력성 높은 세대이다. 브랜드와 마케팅에 현혹되어 ‘보이기식 소비’를 하기보다 효용 높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일에도 익숙하다. 싸고 좋은 제품을 발로 뛰어 찾아낸 뒤 SNS에 올려 신속하게 공유하는 2030은 중고 물품 사용에 거부감이 없고, 사용하지 않는 물품은 즉각 내다 판다. 

요노는 ‘자신의 소비 지출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소비 트렌드’라는 특징이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소비를 중단하는 ‘무지출 챌린지’, 낭비를 최소화해 재테크를 하는 ‘짠테크’까지 시도하는 2030세대의 절약형 소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근미 작가]

*이 칼럼은 <미래한국> 지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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