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희 기자] 송지효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예능에서 보여주던 친근한 이미지 대신, 어둡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변신해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이무생 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사 때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김무열 씨가 원래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진짜 잘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그러면서도 제가 한 연기에 대해서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제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대립관계가 더 쫀쫀하게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극 중 송지효는 25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온 서진의 동생 유진 역을 맡았다. 유진은 소심해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금방 가족들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지만 왜인지 모를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다.
“유진의 처음과 끝이 많이 달라요. 개인적으로는 유진이 끝에 더 미친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타이밍적으로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어느 순간에,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계산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유진의 미스터리한 면을 어떤 타이밍에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스릴러 장인’ 김무열 씨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줘서 도움을 받았죠.”
그간 대중에 밝고 유쾌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줬던 송지효는 오랜만에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송지효는 시나리오를 받고 “너무 하고 싶다”며 출연을 적극 어필했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은 거예요. 무작정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꼭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미팅으로 만난 감독님이 여자분이셨고, ‘성난황소’로 만난 적 있는 제작사여서 더욱 좋았죠.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자체가 기뻐서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기대감으로 임했어요.”
‘침입자’는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인 집을 배경으로, 일상적인 공간이 뒤틀렸을 때 인간이 느끼는 찝찝한 감정을 그린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긴장감은 배가되며, 후반부에 맞이하는 반전 스토리 역시 강렬하다.
“저는 ‘침입자’의 소재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진짜 저런 게 있어?’라고 느낄 수 있는 소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아이템이 마음에 좋았어요. 유진이 가족에게 스며드는 모습이 자연스럽지만 자극적이게 보이도록 했어요. 손원평 감독님은 자기만이 세계관이 확실히 있는 분이에요. 그래서 감독님을 파악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는데, 감독님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은 연기자보다 더욱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잖아요. 손원평 감독님이 유진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가지고 디렉션을 주셔서 감사해요.”
손원평 감독은 송지효의 서늘한 이미지를 ‘침입자’를 통해 극대화하고자 했다. 송지효는 “감독님이 저에게 비밀을 간직한 여인 같고, 슬픔을 간직한 얼굴이 있다고 했다”며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제가 ‘여고괴담’으로 데뷔했거든요. 감독님이 그 작품을 보고, 예능하는 제 이미지의 이면을 발견했대요. 그 말 덕분에 ‘맞아,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지’라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감독님과 작업하면서는 ‘제가 생각했을 땐 이게 맞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타이밍적으로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면, 그때그때 피드백을 주셨어요. 물론 찍고 보면 그 타이밍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잘 편집해 주신 것 같아요.”
유진을 표현하기 위한 송지효의 외적인 변화도 눈길을 끈다. 꽤 많은 몸무게를 감량했고, 극 초반 수수하고 편안한 이미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차가운 인상에 정돈된 모습으로 반전된 캐릭터를 보여줬다.
“촬영 전에 감독님께서 저와 무열 씨에게 체중을 감량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는 건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데,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건 힘들거든요. 평소에 식단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체중 관리를 하는데, 촬영하면서 저에게 주어진 숙제들이 버거워서 심적으로 다이어트가 되더라고요. 중간에 오히려 살이 더 빠졌어요. 캐릭터의 이미지는 보통 스태프분들이 잡아주는 콘셉트를 따르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인간적인 유진에서 나중에는 잔머리 하나 안 보일 정도로 흐트러지지 않은 유진의 모습이 보였죠.”
송지효는 ‘침입자’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성취감을 느꼈다며 유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런닝맨’에 출연하기 전에는 어둡고 캐릭터적인 장르물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러다 예능에서 밝은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면서, 그런 이미지에 맞는 시나리오가 들어왔죠. 이번에 ‘침입자’를 하면서 ‘제가 이런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둡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가 어울릴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하고 싶었던 캐릭터인 만큼 어울리고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송지효는 오는 7월 8일 방송하는 JTBC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를 통해 다시 밝고 씩씩한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정체돼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매번 현재와 반대되는 걸 하고 싶어 한다”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유진을 연기하면서, 또 반대되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서 이번 ‘우리, 사랑했을까’를 하게 됐어요. 특히 지금 드라마는 제 인생에, 제 나이에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로코라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또 지금은 청순한 역할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매번 안 해본 것에 대해 느끼는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 도전하고 있어요. 저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를 열심히 하려고 하거든요. ‘런닝맨’을 계속하고 있고, 작품도 계속할 거라서 저에 대한 이미지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현재 영화계 대부분 작품이 그러하듯 ‘침입자’ 역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두 차례 개봉을 연기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는 4일로 개봉일을 확정하며 관객과 만날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송지효는 조심스럽게 걱정과 기대의 마음의 전했다.
“우선 제가 영화가 완성된 걸 보지 못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요. 어쨌든 저희가 열심히 만든 작품이지만, 이런 시국에 개봉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도 돼요.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잖아요. 저도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큰 스크린 속에 있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동선을 보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 느낌을 다른 분들도 받으셨으면 좋겠고,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문화생활을 조금씩 하면 어떨까 싶어요. ‘침입자’가 많은 분들의 스트레스를 풀게 하는 작품이 됐으면 해요.”
2018년 이후 약 1년간 작품 활동이 없었던 송지효는 올해 영화와 드라마로 관객, 시청자들과 소통하게 됐다. 인터뷰 말미 그는 ‘연기하는 송지효’를 그리워할 팬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저는 변하지 않고 꾸준히 저의 길을 가려고 하거든요. 응원도 좋고 질타도 좋아요. 제가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거고, 늘 그랬던 것처럼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제가 혹시나 엉뚱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냥 하고 싶었나 보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