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밀레니얼세대+Z세대)가 아닌 잘파(Z세대+알파세대, Zalpha)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각 세대의 특징을 살펴보면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 출생자)는 아날로그 환경에서 태어나 점차적으로 디지털 환경을 접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자)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다.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대화하면서 자라 ‘AI 네이티브, 선천적 디지털 세대’로 불린다. Z세대는 어린 시절 유튜브를 본 적 없으나, 알파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유튜브를 경험했다.
잘파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란 만큼 최신기술을 어떤 세대보다 거부감 없이 빠르게 받아들인다. 글로벌 마인드가 강하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속의 소문과 재미·놀이에 심취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만큼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올 4월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잘파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1445만 명이 접속한 카카오톡이었다. 네이버 1284만명, 인스타그램 941만명, 쿠팡 766만명, 네이버지도 749만명이 뒤를 이었다.
가장 ‘자주’ 사용한 앱 역시 카카오톡으로 실행 횟수가 무려 270억회에 달했다. 인스타그램 81억회, 유튜브 60억회, 네이버 42억회, 트위터 34억회 사용했다.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사용 시간이 364억분이었다. 이어 카카오톡 106억분, 인스타그램 81억분, 네이버 55억분, 틱톡 36억분, 네이버웹툰 31억분, 트위터 31억분 순이었다.
다양한 게임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는 잘파세대는 ‘트위치’ 등의 사용에도 거부감이 없다. 스트리밍 게임이나 콘솔, PC, 모바일 등 특정 기기를 가리지 않고 게임 콘텐츠를 즐겨 소비하는 세대이다.
잘파세대는 저출산 시대에 부모의 깊은 관심 가운데 자라 자기주장이 강하고 연령대에 비해 구매력이 높은 편이다. 다만 개성과 선호가 뚜렷해 물건을 살 때 가격보다는 자기만족을 추구하고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소비를 지향한다. 이런 특징들이 반영돼 명품·친환경·젠더리스·재미 등 최근 떠오르는 신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 과거 유행했던 옛 브랜드들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1990년대 유행했던 의상과 과거 인기 있었던 과자들도 잘파세대에 맞게 리뉴얼해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잘파세대 맞춤형 홍보 활동도 눈에 띈다. 지루함을 못 견디는 잘파세대는 2시간짜리 영화를 보기보다 요약본을 찾고, 1분~10초짜리 숏폼(짧은 동영상)을 선호한다. 요즘 광고가 대부분 숏폼 형태로 제작되는 것은 잘파세대의 영향력을 그대로 증명하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잘파세대의 소비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그들이 선호하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가 올 2월 17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MZ세대가 명품 소비를 주도한 데 이어 곧 알파세대도 가세한다고 전망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7년 뒤인 2030년에는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세계 명품 소비의 80%를 점유한다고 내다봤다. 또 잘파세대가 명품 시장의 3분의 1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매클린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4%, 알파세대가 1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잘파세대가 세 가지 마켓, 즉 프라이머리(Primary) 마켓, 퓨처(Future) 마켓, 인플루언서(Influencer) 마켓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당히 높은 구매력을 갖췄으며, 미래의 소비 최고 권력이고, 어려서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라 온라인 시대에 최적화된 만큼 부모 세대를 선도할 것으로 본 것이다.
잘파세대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올해 5월 동아일보와 틸리언프로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인 것이 싫다’는 답변이 알파세대 28.8%, Z세대 29.4%로 나타났다. 잘파세대가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복수 응답)로 ‘혹독한 경쟁(39%), 삶이 힘들고 피곤(34.3%), 보여주기식 문화(20.3%)’를 꼽았다. 잘파세대의 62.7%가 K열풍 가운데 K팝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꼽았고 전 세대가 가장 혐오하는 것은 K정치(52.7%)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고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압축성장 이후 해결되지 못한 공정성, 양극화 문제 등이 가중되면서 잘파세대의 자긍심이 비교적 낮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날로그를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 인공지능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잘파세대의 경쟁이 불타오르면서 개성적인 트렌드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근미 / 문화일보로 등단
장편소설 《17세》《어쩌면 후르츠 캔디》《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나의 아름다운 첫학기》 비소설《+1%로 승부하라》《프리랜서처럼 일하라》《대한민국 최고들은 왜 잘하는 것에 미쳤을까》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