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한 4족 보행로봇이 마라톤 풀코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완주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라이보2’가 경북 상주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4 상주곶감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완주했다고 밝혔다.
앞서 KAIST 연구진은 1회 충전으로 43km 연속 보행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 교내 대운동장에서 저장된 GPS 경로를 따라 보행하는 방식으로 4시간 40분에 걸쳐 완주에 성공했다.
그간 보행 로봇의 주행거리는 대부분 실험실 내 통제된 환경에서 측정되거나 이론상의 수치에 불과했다. 사족보행 로봇은 얼음, 모래, 산악 지형 등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짧은 주행거리와 운용 시간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의 구동기부터 기계적 메커니즘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설계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동역학 시뮬레이터 ‘라이심(Raisim)’을 통해 강화학습 기반의 효율적인 보행 제어 기술을 구현했다. 또 실제 야외 환경에서의 보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보행 손실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다시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1년 여 간 보행 효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다.
앞서 연구팀은 지난 9월 ‘금산인삼축제 마라톤대회’에서 첫 도전을 했으나 37km 지점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실험실 예상보다 10km 일찍 배터리가 소진된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마라톤 코스에서 다른 주자들과 어울려 달리다 보니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잦은 가감속이 발생한 점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후 연구팀은 완주를 위한 기술적 보완에 주력했다. PC에서 수행하던 관절 강성 제어를 모터 구동기에 직접 구현해 제어 효율을 높였고 내부 구조를 개선해 배터리 용량도 33% 늘렸다. 이러한 개선으로 현재 직선 구간 기준 최대 67km 주행이 가능해졌다.
이충인 공동 제1 저자(박사과정)는 “보행 손실을 기구, 전장, 보행 방법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 보행 효율을 개선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사족보행 로봇의 운용 범위를 도시 범위로 확대하는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 육성센터와 ㈜라이온 로보틱스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