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사람은 적은데 연애프로그램은 넘쳐나는 게 요즘 현실이다. “틀면 연애방송”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대개의 연애프로그램은 이름그대로 ‘연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간혹 연애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이 결혼했다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실제 결혼하는 커플은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가 아닌 ‘결혼’을 목표로 내세운 프로그램이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3회까지 방송된 Mnet의 ‘커플 팰리스’는 ‘2024년 결혼 시장의 축소판이 될 수 있는 초대형 커플 매칭 서바이벌’이라는 출사표대로 화끈하다.
제작진은 ‘결혼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결혼정보회사와 같은 극사실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남녀 50명씩 100명이 한 공간에서 동시 출격하는, 스케일부터가 남다른 프로그램이다.
여성 50명이 런웨이 양쪽에 앉아 있으면 남성들이 3명씩 조를 짜서 등장한다.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상, 연봉과 직업을 공개하면 여성들이 버튼을 누르고, 남성들은 자신을 선택한 여성중에서 한 명을 고르는 식이다. 여성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고른다.
커플매니저들이 다른 공간에서 출연자들에 관한 코멘트를 할 때 요즘 결혼 시장의 양상을 알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저런 말은 여성(남성)들이 싫어한다.”“저런 직업을 선호한다”“저런 외모를 좋아한다 등등.
공개 구혼에 나선만큼 출연자의 대부분이 뛰어난 외모와 스펙에 갖추고 있다. 수십억 자산가, 해외유학파, 서울대 출신, 의사, 변호사, 억대 연봉자들이 남녀 가릴 것 없이 즐비하다. '저렇게 잘난 사람들이 왜 아직 결혼을 못했지'라는 의문이 드는 그 지점이 바로 제작진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다.
제작진은 “주변에서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어디서 짝을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듣고 100명의 선남선녀를 불러 모았다고 한다.
출연자들이 원하는 여성상, 남성상이 지나치게 디테일하면서 현실적이라는 점이 놀랍다. ‘화장실에서 앉아서 볼일 보는 남성 원한다’, ‘화장실 청소해줄 남자 원한다’, ‘제사 6번을 지낼 수 있는 여자 원한다’ 등등. 특이한 것은 결혼 상대를 고르는만큼 자신에게 상당히 불리한 조건도 스스럼없이 내놓는다는 점이다.
조건과 외모가 최우선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소수의 인원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는 대다수 연애 프로그램과 달리 패를 다 내놓고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속시원하다.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여러 차례의 크로스 매칭과 일대일 대화 등 다양한 기회가 있는 데다 처음부터 원하는 조건을 정확히 제시해 자신과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제작진이 미리 스펙을 점검한 데다 전문 커플매니저들의 조언이 가미되면서 출연자들이 '현실 결혼'을 꿈꾸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산율 최저시대, 청춘들의 만날 기회를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숙제다. 더 화끈하고, 더 재미있고, 더 신뢰할 수 있는 결혼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길 기대한다. 많은 연애프로그램과 달리 결혼을 내걸고 스피디하게 진행한다는 점에서 커플팰리스는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커플팰리스는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Mnet에서 방송된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