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관습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답 맞히는 작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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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관습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답 맞히는 작품 아냐”
  • 조정원 기자
  • 승인 2020.06.1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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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원 기자] 배우 정진영이 오랜 기간 꿈꿔왔던 영화 연출에 도전, 영화 ‘사라진 시간’의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이래 연극, 영화, 드라마는 물론이며,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했으며,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다수의 천만 영화에 출연하는 등 충무로의 기둥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제 그는 배우 정진영이 아닌 감독 정진영으로서 용기 있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인터뷰를 하는 정진영 감독에게서 긴장감과 동시에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수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지칠 법도 하건만, 그에게서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본인은 초긴장 상태라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 변명했지만, 그 이상의 기분 좋은 뭔가 느껴졌다.

“개봉을 기다리면서 초긴장 상태예요. 촬영장에서도 한 달 내내 일이 많았어요. 하루에 잠을 3시간 정도밖에 못 잤어요. 진웅이 말로는 얼마나 좋은지 싱글벙글하고 다녔다고 했어요. 어제도 오랜만에 저를 본 기자가 쌩쌩한 청년 같다 했어요. 각성이 된 것 같아요. 배우일 때는 연기 평가를 받는 건데, 감독일 때는 연출 솜씨뿐만 아니라 영화 안에 저도 의식하지 못한 제가 들어가 있는 것까지 파악될 거예요. 그래서 ‘발가벗겨진다’라는 표현을 했어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좋은 마음으로 함께 해 준 건데, 좋은 평가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해요.”

정진영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 막내 생활을 했었다. 연출에 대한 꿈은 있었지만, ‘저건 내가 못 할 일이다. 많은 사람을 책임질 능력이 안된다’라고 생각해 그저 꿈을 꿈으로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4년 전 드라마를 끝내고 상도 받고 결과가 좋은 상태로 휴식기에 돌입했어요. 상당기간 오랜 생활을 가장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마침 아들도 고3이었고 ‘가장 말고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출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하던 때였으니, 다른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을 때 감독들에게 책들이 들어왔어요. 독립영화를 하기로 했는데, 투자금이 안 들어와서 촬영 일주일 전에 엎어지고 말았어요. 제작비를 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고, 결국 두 달 동안 스케줄이 비어 버렸어요. 그래서 ‘내가 책임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라고 한 번 용기를 내봤어요. 하지만 그 작품은 다 쓰고 나서 버렸어요. 제가 관습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더라고요. 장르적 관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사라진 시간’을 구상할 때는 이야기도 황당한데,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가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했어요.”

오랜 시간을 고민하며 눌러왔던 어릴 적 꿈을 드디어 펼칠 때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갔던 ‘사라진 시간’을 통해 정진영 감독은 어떤 이야기로 하고 싶었을까.

“’사라진 시간’은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다른 것에서 생기는 충돌’에서 시작한 작품이에요. 어릴 때부터 계속 생각했던 이야기였어요. ‘인간관계에서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 요구되는 게 점점 커지잖아요. 그럴 때 진짜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봤을 때 내가 행복하게 보일 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그렇지만 ‘사라진 시간’에 제 이야기가 들어간 게 아니에요. 제가 투영되는 걸 꺼렸어요. 주인공에 감정 이입은 하지만, 저는 거리를 뒀다 생각해요. 당연히 주인공의 마음에 제가 들어가 있겠죠. 안 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이밖에도 정진영 감독은 연출을 꿈꾸는 후배 배우들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넸다.

“분명한 것은 연기와 연출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물론 모두가 알고 시작하겠죠. 저 스스로 아쉬웠던 점은 단편을 안 찍어봤다는 것이에요. 될 수 있으면 단편 작업을 해보면서 영화 전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학습하고 연출을 본격적으로 해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그랬다면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그래도 다들 잘할 거라 믿어요.”

끝으로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을 기다리는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와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했다.

“‘사라진 시간’은 예상하지 않고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편하게 앞에 있는 상황을 같이 따라가면서 함께하면 좋을 거라 생각해요. 답을 맞히려고 하는 영화가 아니라, 생각을 해보다 결국에는 자신에게 돌아가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진영 감독의 새로운 도전, 조진웅이 단 하루 만에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색다르고 기묘한 이야기를 다룬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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