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정당 과열 구도, 총선·대선 직전 수준으로 무당층 감소
현 정권 유지 40%, 정권 교체 50%
윤석열 탄핵 찬성 59%, 반대 36%
여론조사는 현재 유권자 이념 지형 가늠할 수 있는 유일의 방법
방법론상 한계 숙지하고 수치 아닌 추세로 민심 읽어야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른바 과표집(過標集)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갤럽은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1월 넷째 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8%, 민주당 40%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진보당, 이외 정당/단체 각각 1%,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15%로 조사됐다.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인 지난달 중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현 정부 출범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민의힘과 격차를 벌렸는데, 이번 달 들어서는 양대 정당이 작년 총선 직전만큼 과열 양상을 띤다.
작년 한 해 두 정당의 연평균 지지도는 각각 32%로 같다(조국혁신당 7%, 개혁신당 3% 무당층 23%). 국민의힘 지지도 최고치는 40%(2024년 2월 5주), 최저치는 24%(12월 2·3주), 더불어민주당은 48%(12월 3주), 27%(6월 2주 외 수차례)다.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77%가 국민의힘, 진보층에서는 79%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24%, 더불어민주당 44%,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25%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31%,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홍준표 대구시장 4%, 오세훈 서울시장 3%,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각각 1% 순으로 나타났다. 5%는 이외 인물(1.0% 미만 약 20명 포함), 33%는 특정인을 답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00명)에서는 이재명이 69%로 확고하고, 국민의힘 지지층(384명)에서는 김문수가 28%, 한동훈·홍준표·오세훈이 10% 안팎이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 기준으로 보면 찬성자(586명) 중 절반(52%)이 이재명을, 탄핵 반대자(355명)의 31%가 김문수를 꼽았다.
이재명 선호도는 두 달째 30%를 웃돌며, 최고치는 지난달 37%다. 현 정부 출범 후 여권에서 가장 주목받아온 한동훈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던 작년 3월 선호도 24%에 달했으나, 총선 후 줄곧 10%대에 머물다 탄핵안 가결·당대표 사퇴 후 한 자릿수에 머문다. 김문수는 고용노동부 장관 취임 직후인 작년 9월, 8년여 만에 장래 정치 지도자로 언급됐고 이후 계속 이름 올랐다. 이번 11%가 최고치다. 2014년 8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매월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후보군에 들어 선호도 2~6%를 기록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인용을 결정하면 60일 이내 대통령선거를 하게 된다. 만약의 경우 치러질 대통령 보궐선거에 정치권과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다음 대통령선거 관련 두 가지 주장을 제시하고 어디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40%,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50%로 나타났다. 9%는 의견을 유보했다.
성향 보수층의 78%가 여당 후보 당선, 진보층의 90%는 야당 후보 당선을 기대했다. 중도층에서는 여당 승리(27%)보다 야당 승리(60%) 쪽이 많고,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도 마찬가지다(16%, 45%).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물은 결과 59%가 찬성, 36%가 반대했다. 6%는 의견을 유보했다. 20~40대에서는 탄핵 찬성이 70% 내외, 60대는 찬반 양분, 70대 이상에서는 반대가 많다. 성향 중도층, 무당층에서는 탄핵 찬성이 70% 내외다.
다음으로 주요 4개 정당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물었다(순서 로테이션).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41%가 ‘신뢰한다’, 5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조국혁신당은 35%:54%, 국민의힘 31%:64%, 개혁신당 13%:70%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86%, 국민의힘 지지자의 72%가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성향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신뢰:비신뢰가 각각 40%대로 비슷하게 나뉘었고,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71%가 신뢰하지 않았다. 현재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의 대통령 탄핵 관련 견해는 민주당 쪽에 가깝지만, 4개 정당 각각에 대한 신뢰는 모두 20%를 밑돌았다.
한편 한국갤럽은 과학적 근거 없이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오독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전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주관적 정치 성향은 유권자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이나 소속 집단의 규범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전체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 분포에 관한 절대적 기준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 직무 평가나 지지 정당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 여론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가변적 결과다. 한국갤럽은 “지난 10년간 주관적 정치 성향 분포를 보면 보수와 진보는 양자 격차 10%포인트를 넘지 않는 선에서 움직였다”며 “보수와 진보 스펙트럼 양끝에 일단(一團)의 유권자가 있고, 정치적 지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그 주변부에 자리하며 상황에 따라 중간 지대(중도+성향유보)를 넘나들어 나타나는 변동”이라고 평가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무렵 진보층이 급증했고(2017년 1, 5월 37%), 2021년 초까지 그 경향이 이어졌다. 이후로는 대체로 보수가 진보보다 많거나 비슷했다고 한다.
최근 비상계엄·탄핵 국면에서 전화조사 응답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데일리 오피니언 기준 11월 평균 11.6%, 12월 14.4%, 1월 16.3%; 제22대 총선 앞둔 작년 1분기 평균 14.6%). CATI, ARS 공통된 현상이다. 혼란한 정국에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하려는 이들의 조사 참여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갤럽은 분석했다. [김영준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