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칼럼] 별걸 다 꾸미는 세상, 나는 무얼 꾸며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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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칼럼] 별걸 다 꾸미는 세상, 나는 무얼 꾸며볼까?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4.08.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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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켓뉴스
사진=마켓뉴스

요즘 거리에 나가면 남자들이 백팩에 키링과 스트랩을 치렁치렁 달고 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백팩을 커스텀으로 만드는 ‘가방 꾸미기’를 비롯해 별다꾸(별걸 다 꾸미는) 트렌드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7월 20일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RSN은 블로그와 카페, SNS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꾸미기 관련 키워드가 총 142만4309건 검색됐다고 전했다. RSN은 ‘보통 유행은 3~4개월 지나면 급격하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별다꾸는 2020년도부터 점점 정보량이 오르다가 2021년 1월부터 정보량이 급상승 했다’고 분석했다.

꾸미기 종류도 다양하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방꾸(방 꾸미기) 탑꾸(탑로더 꾸미기) 폰꾸(휴대폰 꾸미기)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 백꾸(가방 꾸미기) 화꾸(화장품 케이스 꾸미기) 팟꾸(에어팟 꾸미기) 카꾸(카드 꾸미기) 깊꾸(기프티콘 꾸미기) 텀꾸(텀블러 꾸미기) 수꾸(수능특강 표지 꾸미기) 노꾸(노트북 꾸미기) 등등. 

다꾸를 별다꾸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나만의 개성 있는 다이어리 만들기’가 오래전부터 유행이었는데 코로나19 기간에 다꾸 트렌드가 부활했다. 손으로 직접 쓰고 붙이는 아날로그 방식에서부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이용한 ‘디지털 다이어리’까지 다꾸가 인기다. 

다꾸가 폰꾸, 방꾸, 탑꾸 등 자신의 물건을 취향에 맞게 꾸미는 활동으로 이어지다가 백꾸, 신꾸 등 패션 트렌드로 확장해 나갔다.

신꾸(신발 꾸미기)가 퍼져나간 배경을 보면 별다꾸 열풍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반센 스니커즈가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아식스의 클래식 모델인 젤 카야노14에 세실리에 반센 특유의 플로럴 장식과 자수 디테일을 가미한 상품은 출시 직후 동나고 말았다. 정가 25만9000원에 발매된 한 신발은 리셀가가 1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하지 못한 고객들이 아식스 젤 카야노 본품을 구입해 레이스와 꽃장식, 진주 등으로 직접 꾸미기 시작했고 곧바로 세계적 신꾸 열풍이 시작됐다. SNS에 공개된 개성 넘치는 커스텀 자태에 신꾸 열풍이 더 가속화됐다.

원하는 물건을 갖지 못하면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자체 제작)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겠다는 것이 별다꾸 동참족들의 각오이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취향에 맞게 꾸미는 활동은 이제 MZ세대의 놀이 문화가 되었다.

별다꾸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년 만에 돌아온 백꾸 유행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가방보다 큰 크기의 키링을 여러 개 매다는 건 물론이고 체인, 참, 주얼리, 선글라스, 화장품까지 달고 다닐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가방에 키링을 달고 다니자 편의점과 명품업계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고, 희귀템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붙여 거래되고 있다.

패션플랫폼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 3월까지 지그재그 내 키링 거래액은 무려 600% 증가했다. 가방 손잡이에 매는 스카프와 리본 거래액도 각각 194%, 139% 늘었다. 백꾸의 인기는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개성을 표현하는 커스텀인 데다 인기인을 따라 제품을 구입하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공항룩에서 연예인의 백꾸가 화제에 오른 지 오래 되었다.

별다꾸가 물건을 넘어 자신의 신체까지도 도구로 삼고 있다. 타투와 피어싱은 이미 오래전부터 트렌드가 되었는데 최근에는 치아 표면에 큐빅 등을 붙이는 ‘치꾸’가 유행하고 있다. 치아의 투스(Tooth)와 보석의 젬(Gem)을 합성해 ‘투스젬’으로 부른다. 치아 표면에 산부식제, 치아용 접착제, 레진 등을 이용해 큐빅을 부착하는 투스젬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치아는 한번 손상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의료인으로부터 시술받아야 하고 제거할 때도 치과를 찾아야 안전하게 치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별다꾸가 요즘 뇌꾸와 통꾸로 점점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뇌를 꾸미는 ‘뇌꾸’와 통장을 꾸미는 ‘통꾸’는 자기 계발과 경제 개념을 탑재하는 일이어서 매우 바람직한 꾸미기로 분류되고 있다. 단지 상품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산적인 일로 확장하겠다는 MZ세대의 의지가 돋보인다.

별다꾸가 활성화되면서 커스터마이징 시장의 의미와 역할도 바뀌고 있다. 대량 생산된 기성품 대신 고객의 요구와 취향을 고려해 상품을 제작하는 커스텀 제품은 기존의 ‘프리미엄’ ‘고가’라는 이미지보다 개개인에게 차별화된 포커스에 집중한다.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는 뜻이다.

별다꾸 트렌드는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미닝아웃(meaning out)은 ‘개인의 취향과 정치, 사회적 신념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선언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신조어인데 별다꾸는 상품에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담는 사회적 실현의 한 방편인 셈이다.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별다꾸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꾸미기 트렌드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면서 기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요즘 유행이 너무 빨리 변해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별다꾸는 이례적으로 꾸미는 분야를 계속 확장해 나가면서 점점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커스텀 문화에서 파생된 별다꾸 트렌드가 오락성과 재미를 넘어 ‘뇌꾸 통꾸’라는 개인 경쟁력 부문까지 범위를 넓히면서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근미 작가]  

*이 칼럼은 <미래한국> 지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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