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치료제의 ‘비밀’ 풀렸다... GLP-1 기반 치료제 체중 감소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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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 치료제의 ‘비밀’ 풀렸다... GLP-1 기반 치료제 체중 감소 원리 규명
  • 김영준 기자
  • 승인 2024.06.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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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RA (GLP-1 비만 치료제)는 쥐와 사람 모두에서 음식을 먹기도 전에 인지하는 것만으로 배부름을 느끼도록 하는 현상을 유발한다. 이 인지적 배부름 현상을 뇌 시상하부의 DMH GLP-1R 신경회로가 담당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사진=서울대
GLP-1RA (GLP-1 비만 치료제)는 쥐와 사람 모두에서 음식을 먹기도 전에 인지하는 것만으로 배부름을 느끼도록 하는 현상을 유발한다. 이 인지적 배부름 현상을 뇌 시상하부의 DMH GLP-1R 신경회로가 담당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사진=서울대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체중 감소 원리가 밝혀졌다. 관련 치료제로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이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위·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동시에 포만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 최근 몇 년 사이 GLP-1 계열의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됐다. 해당 GLP-1 기반 치료제는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GLP-1 호르몬 유사체를 기반으로 한다. 원래 개발 목적은 당뇨병 치료제였다. 그런데 약물 부작용으로 체중이 줄자 오히려 비만 치료제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줄이는 대신 포만감을 높여 몸무게를 줄이는 정도만 열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와 케빈 윌리엄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교수 등 한미 공동 연구진이 체중 감량 관련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소개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유전자 조작 실험쥐를 활용, GLP-1과 결합하는 수용체가 많은 DMH 신경을 자극하자 쥐가 먹는 것을 중단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27일 “최근 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GLP-1 유사체가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DMH 신경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대표 의사과학자인 최형진 교수가 교신 저자로, 박준석·김규식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할 경우, 식욕을 크게 줄이면서 동시에 부작용이 적은 비만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를 이끈 최형진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병원 내분비내과에 재직하던 200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근경색으로 죽다 살아난 환자도 혈당 조절하겠다고 입원해서 몰래 과자를 먹더라”며 “당뇨, 비만 환자들이 식욕 문제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식욕을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대가 공개한 관련 내용이다.

[연구필요성]

최근 블록버스터 비만약 GLP-1 치료제가 개발되어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GLP-1 치료제가 정확히 뇌 어디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이번 연구결과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뇌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게 만드는 효과’를 유발하는 기전을 임상시험과 쥐실험으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추가 개발의 시작점이자, 새로운 종류의 비만 치료제 개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문]

서울대학교 최형진 교수(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연구팀이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Science 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이번에 게재된 논문은 ‘GLP-1 increases preingestive satiation via hypothalamic circuits in mice and humans’로, 장 호르몬 유사체인 GLP-1 비만 치료제가 음식 인지만으로도 배부름을 유발하며, 구체적으로 뇌의 어느 부위, 어느 종류의 세포에 작용하여 이 효과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기전을 규명한 연구이다.

최근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들이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심혈관 질환을 20% 감소시키는 등의 다양한 효과들이 입증되면서, GLP-1 약의 수요와 투약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GLP-1이 뇌 어디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지에 관련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본 연구진은 GLP-1 약이 시상하부의 배부름 신경들을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증폭시킴을 밝혔다. 첫 번째로, 사람에게 GLP-1 약을 주사했을 때, 음식을 삼키기 이전부터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름이 높아지는 현상을 입증했다. GLP-1 작용 뇌 부위를 찾기 위해, 사람 뇌조직에서 GLP-1R (GLP-1 receptor 수용체)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등쪽 안쪽 시상하부 신경핵’(Dorsomedial hypothalamus, DMH)에 많이 분포했다. 또한, 쥐 뇌조직에서도 같은 부위에 GLP-1R이 발견되었다. 이에 첨단 신경과학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쥐를 활용하여 배부름 유발 기전을 연구했다.

광유전학을 이용해 DMH에 있는 GLP-1R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배부름이 유발되어 쥐가 진행하던 식사를 즉각 중단하는 것을 밝혔다. 반대로 DMH GLP-1R 신경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배부름이 억제되어 식사를 중단하지 않고, 식사 지속시간이 증가하였다. 나아가 칼슘 이미징을 이용해 장소나 행동이 음식 가치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학습한 후에는, DMH GLP-1R 신경이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활성화되었다. 또한 GLP-1 약물을 쥐에게 투여했을 때, 음식을 인지한 후 섭식 행동 시 이 신경의 활성이 더욱 민감하게 변화하였다. 종합적으로 연구진은 음식 인지만으로도 배부름이 발생하는 뇌중추의 시상하부 기전을 규명하였다.

한편 자유로이 움직이는 쥐에서 DMH GLP-1R 신경들의 단일세포 활성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한 결과, 섭취 전부터 활성화되는 집단과 음식 섭취 중 활성화되는 집단으로 2종류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또 배부름 신경으로 밝힌 DMH GLP-1R 신경과 전통적으로 배고픔 신경으로 알려져 있는 Arcuate Nucleus (ARC, 궁상핵) Agouti-related peptide (AgRP) 신경의 연결을 전기생리학적으로 밝혀 배부름과 배고픔의 긴밀한 상호작용 과정을 밝혔다.

본 연구는 의과대학 박준석 학생의 (2024.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구주제 제안으로 시작하여 연구실 김규식 대학원생과 (의대 의과학과 박사과정) 진행되었다. 공동 제1저자인 김규식, 박준석 학생은“본 연구는 사람에서 비만치료제 투여로 관찰된 현상을, 쥐에서 뇌신경 관련 툴을 활용하여 그 기전을 입증한 중개연구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특히 신경과학, 내분비학(대사질환)이라는 2가지 이질적인 분야를 융합하였으며,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약 중이고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비만약의 기전을 밝혀 많은 사람들이 내 몸에 생기는 변화를 알고 투약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현재, 비만약에 대한 원리에 대한 이해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 최형진 교수는“본 연구는 GLP-1 비만약이 뇌의 배부름 중추에 작용하여 음식을 삼키기 전부터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름을 증폭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뇌의 배부름 중추와 인지과학에 대한 기초과학적 발견인 동시에 새로운 비만약들 개발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지 (Science, IF=56.9)’에 6월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결과]

GLP-1 Increases preingestive Satiation via Hypothalamic Circuits in Mice and Humans

Kyu Sik Kim, Joon Seok Park, Eunsang Hwang, Min Jung Park, Hwa Yun Shin, Young Hee Lee, Kyung Min Kim, Laurent Gautron, Elizabeth Godschall, Bryan Portillo, Kyle Grose, Sang-Ho Jung, So Lin Baek, Young Hyun Yun, Doyeon Lee, Eunseong Kim, Jason Ajwani, Seong Ho Yoo, Ali D. Güler, Kevin W. Williams, Hyung Jin Choi

본 연구는 중개 연구 전략을 이용해, 인간이 비만약을 맞았을 때 음식이 배에 들어오기도 전에 배부름이 느껴지는 현상을, 쥐 연구를 통해 그 뇌 기전을 밝혀 시상하부의 신경들이 이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힘.

□ 연구를 시작한 계기

○책임연구자 최형진은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임상교수로 일하면서 GLP-1 약들이 식욕을 억제하는 현상이 흥미로우나 뇌의 어느 부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초과학적 기전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십여년동안 GLP-1의 뇌 작용기전에 대한 동물과 사람 연구에 집중해 왔다.
○본 연구는 사람에서 비만치료제 투여로 발생 가능한 ‘인지적 배부름‘현상을 규명하고, 그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쥐에서 뇌신경 관련 툴을 활용하여 그 기전을 입증하고자 한 중개연구로 시작하게 되었다.
○본 연구는 공동 제1저자인 의과대학 박준석 학생이 기초, 임상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주제를 제안하여, 공동 제1 저자인 연구실 김규식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공저자로 생물학, 심리학, 임상 전문 간호사, 유전체학, 컴퓨터이론분석 등 여러 분야의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융합연구로 범위를 넓혀갔다.

□ 연구과정 중 어려웠던 점

○사람과 쥐를 연계하는 기획이 어려웠다. 사람은 자신의 심리와 증상을 설문지로 직접 알려 줄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신경조작이나 측정이 어렵다.
반면 쥐는 신경조작과 측정이 가능하지만, 직접적인 심리를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사람과 쥐를 연계하여 연구를 기획한다면, 직접 심리를 측정하고, 그 담당 신경을 조작하거나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람과 쥐를 연계한 중개연구를 기획하였다. 배부름이라는 사람과 쥐의 공통적인 심리를 연구하기로 하였으나, 사람과 쥐를 구체적으로 실험 기획을 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까지 사람과 쥐에서 배부름을 측정하거나 배부름 관련 행동실험을 개발한 과거 예가 없었다.
또한, 사람과 쥐의 차이점들을 극복하는 것도 숙제였다. 이런 과거 검증된 방법이 없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너무 위험하고 도전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과 문헌조사를 통해 사람과 쥐의 배부름과 관련 신경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할 수 있었다. 사람과 동물을 연결하는 연구와 과거 예가 없는 연구를 도전하는 여러분들에게 우리의 도전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연구과정 중 재밌는 일화

○본 연구 일화로, 분야 가장 저명한 학회인 세계섭식학회 Society for the Study of Ingestive Behavior (SSIB) 에 작년 여름에 참석한 일화가 있다. 당시 우리가 연구 중이었던 신경과 주제에 대한 포스터 발표를 발견하고 놀랐다. 치명적인 경쟁자를 발견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연구 도구와 방법이 달랐기에 오히려 두 연구를 합하면 상호보완적인 하나의 큰 그림이 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오래전부터 학회에서 친분을 만들어왔던 교수였다. 용기를 내어 두 연구를 합해 1개의 국제공동 논문을 발표하자고 제안했고, 다행히 서로 마음이 잘 맞아 두 연구를 연결하는 실험들을 추가해서 잘 연결된 한 논리 흐름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경쟁자라 할지라도 생각을 바꿔 공동연구자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주도적으로 용감하게 하여 좋은 결과를 만든 좋은 경험이었다.

□ 이전 연구와 차별화 포인트

○최근 기초의학, 생명과학, 공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에 더해 임상 현장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며, 나아가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기도 하는 연구자인 의사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본 연구는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위고비의 기전을 기초연구를 통해 밝힌 중개연구로, 연구현장에서 의사과학자의 집약적 가치를 보여준 연구이다.
○본 연구는 신경과학, 내분비학(대사질환)이라는 2가지 이질적인 분야 간 융합을 도전한 연구이다. 또한, 쥐 동물모델 기초연구와 사람 환자 비만치료제 투약 임상연구를 같은 주제와 방법으로 연결하여, 각각 동물모델의 장점 (신경을 직접 측정/조작할 수 있음), 임상연구의 장점 (감정, 증상을 직접 수치로 보고할 수 있음. 특정 행동실험 지시를 정확하게 따라 해줄 수 있음)을 상호보완적으로 연결한 중개연구이다.

[김영준 마켓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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