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 ‘꼰대인턴’ 박기웅, 믿음을 확 감싸 안고 싶은 배우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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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 ‘꼰대인턴’ 박기웅, 믿음을 확 감싸 안고 싶은 배우의 소신
  • 백융희 기자
  • 승인 2020.07.06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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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융희 기자]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필살기’가 무엇인지 배우 박기웅에 묻자 그는 ‘다 잘한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가 오랫동안 배우 활동을 하며 변하지 않은 생각은 쓰임이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신념 덕분에 분량에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와 역할로 대중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 또 다른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지난 1일 종영한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을 그린 오피스물이다. 극 중 박기웅은 재벌 2세이자 준수식품 사장 남궁준수 캐릭터를 연기했다. 즐거운 촬영장에서 좋은 배우들과 행복하게 연기 한 만큼, 아직 아쉬움은 크다.

“처음에 작가, 감독님과 작품 미팅을 할 때 남궁준수 역할에 대해 악역은 아닌데 밉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밉상인데 밉상이지 않게끔 연기해달라고 하셨죠. 그래서 가장 먼저 준수 자체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진지하기보단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있는 캐릭터였죠. 그래서 극 중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맨발로 의자에 다리를 올린 채 회의를 하고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내가 사장인데’ 마인드가 아니라 ‘이게 왜?’라는 느낌인 거죠. 특히 준수의 느낌을 더 내기 위해 체중도 증량했죠. 감독님이 오픈 돼 있으면서 적당하게 중재를 해줬고, 좋은 성향의 배우들로 구성된 작품이라 더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된 것 같아요.”

박기웅은 드라마 종영 직후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작품 속에 빠져있었다. 그만큼 그에게 이번 작품은 유독 더 애정이 남는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하고, 배우 간 합을 맞춰볼 수 있는 비교적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것. 특히 박기웅은 중년 배우들은 모두 열려있고 후배 배우들은 조숙했다고 말하며 서로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꼰대인턴’에는 이기적이거나 혼자 돋보이려 하는 배우가 없었어요. 저 역시 준수 캐릭터를 기술적으로 혼자 튀게 그려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건 가라앉는 배에서 자기만 살아남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 같아요. 작품을 할 때 모두가 엄청난 팀플레이와 시너지를 만들어야 비로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요. 이번 작품이 그랬던 것 같아요. 멘트가 아니라 이번 작품에는 ‘꼰대’가 전혀 없었어요. 팀플레이가 정말 좋았죠.”

또 박기웅은 ‘꼰대인턴’의 뻔하지 않은 대본을 극의 장점으로 꼽았다. 보편적으로 가열찬(박해진 분)을 비롯해 이만식(김응수 분), 이태리(한지은 분) 등의 캐릭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을 뒤엎는 결말을 맞은 것. 특히 그는 ‘웃찾사’ 초창기 멤버이자 희극 작가 출신 신소라 작가의 기술에 감탄했다. 뻔하지 않은 캐릭터와 내용이지만, 말이 안 되는 부분은 없었던 것. 이 부분은 박기웅이 극을 고르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제 기준이 틀릴 수도 있지만,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재미있어요. 딱 봤을 때 ‘재미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좋아요. 삐딱한 걸 수도 있지만, 전형적인 틀의 구조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대본을 봐도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의 스토리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작 환경 등 탓에 주요 배역 두 명을 중심으로 극이 흘러가기도 하지만, 제가 출연했던 ‘리턴’, ‘꼰대인턴’ 등등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는 작품이라 좋았어요.”

특히 박기웅은 작품이 끝났지만, 여전히 배우들과 연락하고 지낸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짧았던 분량 탓인지 더욱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꼰대인턴’에 대해 ‘자유롭게 놀면서 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배우로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촬영 현장 속에서 더욱 역량을 발휘한 것. ‘꼰대인턴’ 시즌2가 나온다면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밝힌 박기웅은 앞으로의 목표도 전했다.

“멋있는 말을 하고 싶은데 목표가 거창하진 않은 것 같아요. 지금보다 힘을 더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어요. 제가 작품에 나오면 믿음이 가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축구 경기를 볼 때 메시나 박지성에게 볼이 가면 믿음이 확 가는 것과 같이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대중들에게 믿음을 준다는 게 어려운 거거든요. 앞으로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년 데뷔, 15년 동안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 박기웅.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목표에서 남다른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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