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년이 늘어날수록 청년 취업의 문은 좁아진다
정년연장, 청년층은 고용 기회 상실, 기업은 인건비 부담 고령 근로자 1명 추가 고용될 때, 청년 채용 기회 최대 2명 감소 경영계, 기업 임금 부담과 고용 경직성 심화 우려해 법정 정년 연장 반대
정년이 점차 확대될수록 청년들의 고용절벽은 더욱 심화된다. 청사진으로 가득차야 할 청년들의 앞날은 줄어드는 일자리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여당이 정년을 65세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점화되고 있다. 청년층은 고용 기회의 상실을,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일률적인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 노동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처사는 청년들의 노동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고용절벽’으로 이어져 경력을 쌓는 경험 자체가 큰 의미인 청년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비단 청년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안과 정책이 이들의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고령자의 정년 연장은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감소시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가 1명 추가 고용될 때 청년 채용의 기회는 최대 2명으로 감소한다. 기업의 인력 운용 방식이 유연함 대신 제약을 택하면 기업은 새로운 인재 발굴과 육성 대신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년 연장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기업에 큰 부담을 주며,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임금은 나이에 따라 상승하는 반면 생산성은 하락한다. 이러한 폭과 괴리가 심화될수록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로인해 국내 기업들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이게 된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이 부실화되면 국내 기업은 도태되고 실업률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을 것이다.
경영계는 기업의 임금 부담과 고용 경직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 법정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 실제로 2013년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법제화된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임금 등의 직접 노동 비용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료와 퇴직금 등과 같은 간접 노동 비용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연공형 임금체계가 보편적인 국가에서 임금제도 개편이 선행되지 않은 채 이와 같은 안건의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무조건적 정년 연장보다 자율적인 계속 고용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일본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개별적 차이를 경시한 채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고령 근로자에게도 무리하게 작용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일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산업별, 업종별 각자가 직면한 상황에 따라 고령자가 유연하고 자유롭게 근무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년이 늘어날수록 청년의 취업의 문은 좁아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리한 정년 연장인지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울 뿐 아니라 고령 근로자와 청년 세대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유연한 고용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김해인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