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공약’ 현대건설...사업촉진비, 추가이주비 금리 제시하지 않아
현대건설이 한강변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에서 조합원들에게 사업촉진비 전액과 추가이주비를 제시하면서 금리를 제시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현대건설의 재무구조 상황을 고려할 때 고금리가 필연적임에도 사업비 전액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 0.1%포인트(P)를 더한 수준으로 책임 조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서도 업계 일각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시공사 최종 선정 이후 기존에 내세웠던 조건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 이주비 금리 미제시...“입찰제안서 작성 기준 벗어나”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입찰조건으로 사업촉진비 전액 조달, 기본+추가 이주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100% 제시 등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내세웠다. 하지만 조합입찰지침서에 따르면, 사업비 대여와 관련해 추가 이주비를 제시할 경우 ‘입찰 견적서’의 사업비 대여 기재란에 대여할 수 있는 총액과 상환조건을 제시하도록 돼 있다. 이자 역시 기준금리(CD, COFIX 등)+가산 금리 형태로 제시토록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 같은 조합의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현대건설 측은 조합원 개인별 필요에 결정된다며 기본이주비, 추가이주비, 사업촉진비 원금은 경쟁입찰에 따라 선정된 금융기간의 조건에 의한다고 밝혔다. 정비업계에서는 입찰제안서 작성 기준에서 벗어난 현대건설의 제안이 자칫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상 기본 이주비는 감정평가액의 50% 한도에서 조합이 금융기관과 협의를 통해 집단대출 이자율(가산금리)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추가 이주비의 경우는 시공사의 신용보증으로 나오는 사업비 지원 형태다. 결국 현대건설의 조달 금리에 달려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1월 인근 한남3구역 조합원들에게 최대 12% 이주비 이자율을 안내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기본 이주비 이자율 8%에 추가 이주비 10~12%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의도적으로 조합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추가이주비 금리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기준 미수채권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공사미수금만 4조9099억원에 달하고 지난해 말에 비해 48%나 증가했다”며 “교체된 대표이사가 부사장으로 직급이 격하되면서 그룹 차원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조합의 사업비 역시 관리처분총회를 통해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해당 사업비에 대해 CD+0.1%의 금리로 책임 조달키로 했다. 이 역시 무리한 제안이며 결국 향후 사업비 증액 등을 통해 현대건설이 부족분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현대건설은 이미 수주한 한남3구역에서 자체 지급보증을 통해 당시 시중금리에 2.14%를 가산한 5.58%의 금리로 사업비를 조달했다. 이에 한남4구역에서 시중금리에 0.1%만을 가산할 경우 한남3구역 조합원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중금리로 계산할 경우, 현대건설이 제안한 ‘시중금리+0.1%’는 한남3구역과 2%p 이상 차이가 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여기에 현대건설의 미수금이 4조9099억원으로, 3분기 기준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중 가장 많은 기록도 갖고 있다.
◇ 일반분양의 경우 발코니 확장공사 제외...“시공사 선정 이후 약속 이행 지켜봐야”
이외에도 조합 입찰 지침에는 단위세대에 전체 발코니 확장형으로 적용해 공사비에 반영토록 했으나 현대건설은 일반분양의 경우 발코니 확장공사에서 제외하면서 공사비를 줄이는 꼼수를 썼다. 여기에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공사비에서도 시설 운영에 필요한 이동식 운영설비, 가구 및 집기, 비품 등은 공사비에서 제외했다.
조합 입찰 지침에는 공사비 지급방법도 분양대금 등이 입금되는 일자를 기준으로 기성률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준공 대금의 경우 입주지정 만료일부터 90일 이내에 지급토록 했다. 이 내용은 계약서 변경 불가로 입찰 지침을 수립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선분양 외 분양시점을 선택했을 때 아파트 일반 분양 전까지 기성불을 적용하는 것으로 계약서를 변경했다. 일반분양 이후에는 분양 수입금 내에서 기성불을 적용하는 것으로 제안 내용을 바꿨다. 통상 분양불은 사업성이 우수하고 대형건설사가 참여하는 곳, 기성불은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이나 중견건설사가 참여하는 곳의 공사비 회수조건이다. 기성불은 시행사가 자기자본과 PF대출로 예상되는 사업비의 약 90% 이상 확보한 뒤 체결하는 공사도급계약의 공사대금 지급 방식이다. 착공 전 이미 공사비가 확보돼 있어 시공사가 공사비를 받지 못할 리스크가 적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불은 분양이 여의치 않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하므로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우량한 시공사만 분양불 현장 수주가 가능하다”며 “현대건설의 자금 상황이 좋지 못해 후분양으로 진행될 경우 기성불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계약서를 은근슬쩍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주 동수도 31개동으로 계획해놓고 29개동으로 제안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선정 이후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를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한 조합원 관계자는 “과거 현대건설이 반포 1·2·4주구 수주전에서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급을 내걸고 최종 승리했으나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한남 3구역에서도 현대백화점 유치 공약을 내세웠지만 쇼핑센터에 불과한 대안을 내세우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