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칼럼] 생성형 AI 시장, 뒤처진 국가와 달리는 국민
챗GPT 사용자 지난해보다 7배 증가 ‘2024년 AI 국가경쟁력’ 미국, 중국, 싱가포르...한국 6위 AI 관련 입법 지연과 과도한 규제 환경이 문제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2022년 11월 선보인 챗GPT는 14년 주기로 찾아온 ‘세상을 바꾼 발명품’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1981년 개인용 컴퓨터(PC) 보급, 1995년 인터넷 안착, 2009년 스마트폰 대중화로 사회 전반이 달라진 것과 비슷한 정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견해다.
생성형 AI 챗GPT는 등장하자마자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은 프롬프트에 대응해 텍스트, 이미지, 기타 미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다. 생성형 AI는 입력 트레이닝 데이터의 패턴과 구조를 학습한 다음 유사 특징이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지난해 5월 미국 IT분야의 리서치 기업 가트너가 ‘올해 주목해야 할 데이터·분석 트렌드 10’을 발표했는데 트렌드 7이 ‘떠오르는 AI’였다.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가 떠오르는 AI 트렌드의 선두주자로 확장성, 다기능성, 적응성 측면에서 기업의 운영방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챗GPT의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제한할 것인가, 이 문제로 각국이 시끄러웠다. 이탈리아는 챗GPT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임시 접속 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한 달 만에 해제했고, 유럽의회는 세계 첫 AI 규제법안을 가결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챗GPT 등에서 만든 콘텐츠에 대해 사업자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이 상원에 발의됐다’는 등 규제에 관한 뉴스가 속속 들려왔었다.
올해 생성형 AI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제동을 건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뉴욕포스트·더타임스 등이 속해 있는 복합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AI검색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를 고소했다. 퍼플렉시티가 자사 매체들의 뉴스 기사나 의견들을 대량 복사해서 무단 사용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질문을 받으면 외부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뒤 거대언어모델(LLM)과 결합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답을 정리해 알려주는, ‘답변 엔진(answer)’을 활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엔비디아 AI 전문가들은 2025년에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지능형 매장, 새로운 로봇, 의료, 제조 등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AI는 상상 초월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으며, 수많은 업종의 존립이 걱정될 정도로 위협적인 진격을 해오고 있다.
현재 생성형 AI의 최강국은 단연 미국이다.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2024년 AI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미국, 중국, 싱가포르 순이다. 우리나라는 6위를 차지했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과거 IT 혁명 때 세계 최강국으로 이름을 날린 대한민국이 AI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원인은 뭘까. 입법 지연과 과도한 규제 환경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던 AI 기본법이 22대 국회에 들어서 20여 건 제출되었으나 일부 야당의원들이 규제 성격이 짙은 법안을 제출해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은 2020년부터 ‘국가 AI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해 AI 산업을 지원해 왔다. 2022년에만 AI 분야에 17억 달러(약 2조3800억원)를 투입했다. 그런 지원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빅테크들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국가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가운데 국민은 해외 생성형 AI를 사용하며 열심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11월 12일 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챗GPT 앱 국내 사용자 수는 526만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2만 명과 비교할 때 7배 이상 급증했다.
AI검색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퍼플렉시티와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 클로드를 비롯해 이미지, 음악, 비디오, 오디오 등등 각 분야에 특화된 생성형 AI의 사용자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힘든 지경이다. 국내 AI 전문가들은 다양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국내 사용자가 전체 수요자의 3분의 1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인당 사용료 20달러 내외가 매달 외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생성형 AI를 통해 일하고, 공부하고, 취미생활에 도움받는 일이 트렌드가 되었다. 인터넷에는 ‘생성형 AI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공유하는 피드가 넘쳐난다. 생성형 AI로 직장인이 기획서 만들고 대학생이 리포트 쓰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점점 진화하는 생성형 AI와 사용자마다 특화된 프롬프트로 인해 상사도 교수도 점점 가려내기 힘든 지경으로 상향되고 있다.
숏폼 드라마에서 웹소설까지 수많은 창작자가 생성형 AI와 함께 작업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비밀(?)이다. 지난해 4월 장르소설 브랜드 네오픽션에서 작가 7명과 챗GPT가 함께 쓴 소설집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출간한 바 있다. 《매니페스토》의 집필 과정을 KBS 다큐인사이트에서 보도했는데 작가들은 한결같이 “창작에 챗GPT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처 생각지 못한 복선을 챗GPT가 알려준 경우도 있고, 글이 막혔을 때 여러 유형을 제시하자 방향을 알려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질문을 잘하면 훨씬 좋을 글을 쓸 수 있겠다’는 것이 작가들의 결론이었다.
생성형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강의도 늘어나고 있다. 올 11월에 강좌를 연 한 강사는 “생성형 AI시장 진출은 늦었지만, 그것을 이용해 만든 창작물로 세계를 휩쓸자”고 수강생들을 독려했다. “30% 정도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늦진 않았다. 대신 이 트렌드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 강사의 당부였다.
“나를 업무와 창작의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말 것인가.”
강력한 트렌드의 흐름 앞에서 생성형 AI가 질문하고 있다. [이근미 작가]
*이 칼럼은 <미래한국> 지면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