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가 페이커했다’... T1, 롤드컵 사상 첫 ‘V5’ 달성
리그오브레전드(LoL‧롤) 프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T1·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끄는 T1이 다섯 번째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T1은 지난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의 빌리빌리 게이밍을 3대 2로 꺾고 롤드컵 2연패를 달성했다. 이로써 T1은 통산 롤드컵 5회 우승(V5)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롤은 5명의 플레이어로 구성된 2팀이 각자의 위치에서 성장을 통해 아이템과 레벨을 올려 최종적으로 상대의 기지(넥서스)를 파괴하면 승리하는 다중 사용자 전투 아레나(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MOBA) 장르의 게임이다.
롤드컵은 매년 각국 리그를 제패한 최강의 팀들이 모여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계의 월드컵이다. 지난해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을 시청한 사람은 1억명, 온라인 누적 시청자 수는 4억명에 달했다. 올해 대회 총상금은 222만5000달러(약 30억원)다.
특히 T1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았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은 더욱 의미가 깊다.
T1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스포츠 태동기를 맞아 청년 세대와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창단됐다. 롤 종목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2년에는 LoL팀을 새롭게 꾸렸고 이듬해인 2013년 ‘페이커(Faker)’ 이상혁 선수를 앞세워 처음으로 롤드컵 정상에 올랐다.
T1은 ‘LoL 역사상 최강팀’이라는 수식어를 들었던 2015년 롤드컵에서 압도적 실력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두 번째 우승 반지를 꼈다. 2016년에도 정상을 차지한 T1은 최초의 롤드컵 2연패, 3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 LoL 종목에 참가해 ‘초대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996년생인 페이커는 2013년 당시 만 17세의 나이에 T1의 전신 ‘SKT T1’이 창단 당시 미드라이너로 입단했다. 이후 국내 리그 ‘2013 LoL 챔피언 서머’를 제패하고 롤드컵에 출전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그가 받는 연봉은 국내 프로게이머 중 최고 액수로 알려졌으며 그 금액은 약 100억으로 추정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페이커는 평소 겸손한 언행과 태도로도 유명하다. 매년 연말 사랑의열매에 기부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 4월에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바 있다.
페이커는 중국으로부터 245억원이라는 거액의 연봉 제악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한 페이커는 “팀을 고를 때 여러 조건을 살펴보는데, 제 목표는 돈이나 명예보다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에 대해 “고등학교 1학년 때 롤이 처음 나왔는데 시즌1, 2 때부터 했고 자연스럽게 제의가 왔다”며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가서 돈 많이 벌어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다”며 “게임을 하다 보니 점수가 높아졌다”고 했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은 T1 선수단에 축전을 보내 통산 5회 우승을 축하했다. 최 회장은 “여러분이 보여준 패기와 팀워크가 저를 포함한 전 세계 팬들에게 큰 감동과 자부심을 주었다”며 “어려운 순간마다 서로를 믿고 헌신하며 만들어낸 성과이기에 가치가 더 크다. 이번 우승이 대한민국 e스포츠의 새로운 역사와 함께, 여러분의 큰 도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