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에 사용될까 걱정”... 교원 93% “졸업앨범 사진 악용 우려”

교총, 딥페이크 등 여파 졸업앨범 제작 실태 설문조사 체험학습·학교생활 중 학생과 사진 찍는 것도 우려

2024-10-16     김성태 기자

학교 현장의 딥페이크, 사진 도용·합성 피해가 잇따르면서 교원 10명 중 9명은 졸업앨범 사진이 범죄 등에 악용될까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10명 중 8명은 학생들과 사진 찍기조차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3537명을 대상으로 벌인 ‘딥페이크 여파 졸업앨범 제작 등 실태 파악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교원의 93.1%는 ‘졸업앨범 사진을 활용한 딥페이크 범죄, 사진 합성, 초상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올해 졸업앨범을 만드느냐는 질문에는 97.1%가 만든다고 응답했다. 한국교총은 “대다수 학교가 기록이자 추억의 의미로 졸업앨범을 만들고 있지만 교원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졸업앨범에 사진을 넣는 교원들의 증감 추세에 대해 ‘점점 줄고 있다’는 답변이 72.5%에 달했다. ‘이전과 변화 없다’는 응답은 17.7%에 그쳤다. 담임 얼굴 사진도 ‘모두 넣지 않는다(20.4%)’거나 ‘희망자 등 일부만 넣는다(17.7%)’는 답변도 38.1%였다. 학급 단체 사진에도 담임 사진을 ‘모두 넣지 않는다’는 응답이 14.9%, ‘희망자 등 일부만 넣는다’는 응답은 17.8%로 나타났다.

졸업앨범에서 사진 넣기를 꺼리는 것은 교원뿐만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넣기를 꺼리거나 빼기를 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교원이 45.5%에 달했다. 학교 현장의 딥페이크 범죄 피해 대상이 주로 학생인 만큼 우려와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졸업앨범에 교원 사진은 어느 범위까지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희망자(동의자)에 한해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49.8%로 절반에 달했다. ‘모두 넣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도 38.7%나 됐다. ‘모두 넣어야 한다’는 답변은 11.5%에 불과했다.  

졸업앨범을 계속 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데 대해서는 ‘제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정 응답이 67.2%로 나타났다. ‘제작해야 한다’는 32.8%였다. 

교원들이 꺼리는 건 비단 졸업앨범 사진만이 아니었다. 졸업앨범 외에 현장체험학습, 학교생활 중 학생들과 사진 찍는 것에 대해 딥페이크, 사진 합성 등 문제가 있을까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83.9%나 됐다.

교원들은 딥페이크, 부적절한 사진 합성 등을 예방, 근절 방안으로 ‘가해자 처벌 강화 및 교육 의무화(64.1%)’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딥페이크물 등에 대한 탐지‧필터링 기술 고도화’(11.8%) ▲정보통신사업자 책임‧관리 강화(7.1%) ▲학교 예방교육 강화(7.0%) ▲가정교육의 역할 강화(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졸업앨범에서 담임 등 교원들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사제간 사진 촬영마저 피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며 “기술 발달에 따라 딥페이크 등의 범죄와 그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종 범죄와 교권 침해 유형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응 방안과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