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 상근이사 직무 정지, “조합행정업무규정 위반” 논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이 입찰공고 하루 전, 조합 상근이사의 업무를 정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2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조합은 이날 예정대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그런데 19일 조합은 이사회를 열고 상근이사 A씨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A씨에 대한 징계를 계기로 특정 건설사에 ‘레드카펫’을 깔아준 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 이사회 참관 요구 실랑이... 징계안 대의원회의에 상정하는 요구 ‘무시’
발단은 지난 9일 현대건설이 조합에 ‘공정성 위반사항에 대한 진상규명 및 조치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면서 비롯됐다. 현대건설은 “상근이사가 조합원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의 법률자문서를 임의로 삭제해 은폐한 사건이 있었다”며 “현대건설은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입찰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당사는 입찰 여부를 심사숙고해야 하는 상황이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향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9월 12일까지 회신하여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공문을 통해 밝혔다. 현대건설은 조합에 회신 날짜까지 지정해 답을 요구한 것이다.
조합은 12일 보낸 회신에서 “당 조합은 감사가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기초로 9월 19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사안의 내용 확인과 당사자 소명 그리고 이사회 의결로써 그 사안에 대해 조치가 있을 예정”이라며 “당 조합의 시공자 선정과 관련하여 귀사의 그동안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해 주길 바라며 좋은 입찰 제안서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건설사 요구에 상응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시공사 선정 입찰에 좋은 내용으로 참여하기를 요청한 것이다.
예정대로 조합은 19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A씨에 대한 징계 조치 표결에 들어갔고, 참관을 요구하는 일부 조합원들과의 실랑이 속에서도 ‘업무 정지’라는 최종 결과를 냈다.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일부 이사들이 ‘조합행정업무규정’을 어기며 징계안을 대의원회의에 상정하자고 제안하는 다른 이사들의 발언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상근이사 A씨는 법률자문을 받은 시공사선정계획안 문서파일을 컴퓨터 화면상의 휴지통에 옮겨뒀는데 이를 두고 문제가 불거졌다고 한다. A씨는 이에 대해 법률의견서를 송달 받은 날이 금요일이라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조합장에 보고한 후 공유하려 했었고, 공용컴퓨터 특성 상 혼선을 막기 위해 ‘일시 보관’을 위해 휴지통으로 옮겨둔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A씨는 해당 문서를 이미 인쇄해뒀다는 것이다.
A씨에 대한 징계 결정이 공개되자 일부 조합원들이 모인 SNS에서는 “추석연휴에 벼락같은 징계를 내렸다” “유착설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라는 등의 불만이 나왔다.
도시정비업과 관련해 조합의 최종 결정은 대의원회와 총회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조율되지 않은 안건이 상정될 경우 대의원들이 이에 대한 옳은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남4구역의 경우 20일부터 각 건설사의 홍보는 공식 금지된다.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 삼성물산 입찰 참여 ‘안갯속’
현대건설과 함께 한남4구역 수주전의 참전 의사를 밝힌 삼성물산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모양새’라고 지적한다. 한남4구역 입찰 참여 여부까지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칫 경쟁사의 전략에 말리거나 이를 감시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할 조합까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입찰보증금 500억원까지 몰취되고 쫓겨날 수 있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건설사에 유약한 대응을 하고 있는 한남4구역 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조합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될 수도 있고 선정총회 자체에 대한 보이콧 여론이 일며 더 큰 문제에 휘말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