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쫓다 ‘선택과 집중’ 실패했나... 회장 된 ‘용진이형’의 향후 행보는?

신영증권 ‘컬리와 이마트’ 보고서 이마트노조 “용진이형,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 구조조정 하는 현실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2024-03-28     김성태 기자

이마트가 최근 창립 이래 첫 영업이익 적자로 희망퇴직 신청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마트의 실적 부진은 신세계건설의 적자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경영 결정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다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컬리와 이마트’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최근 컬리가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통해 회사의 근황과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간담회가 진행되는 시간에 공교롭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마트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뉴스를 전했다”며 운을 뗐다.

보고서는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샛별배송’이라는 서비스로 시장에 등장했는데 10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동사의 매출액은 2조원을 넘어선다”고 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식료품 경쟁력을 확고하게 쥐고 있던 이마트는 ‘쓱닷컴’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하지 않았을 뿐 온라인에서 15년째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쓱닷컴의 지난해 순매출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마켓컬리의 못 미쳤다. 

컬리는 온라인 식료품 사업이 지니는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 11월 ‘뷰티컬리’ 사업을 런칭했고 사명을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변경했다. 뷰티컬리는 양대 수입 브랜드인 로레알, 에스티로더를 확보하면서 지난해 거래액 3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마트도 쓱닷컴을 통해 식료품 경쟁력도 펼치고 플랫폼 내에서 화장품도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 2021년 인수한 G마켓과 옥션을 통해 비식품 온라인 공급도 하고 있지만 실적은 쿠팡, 컬리에 못 미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10년 전 대비 4분의 1토막이 나 있기 때문인 점은 부각하지 않는다”며 “8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던 사업이 지금은 2000억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쓱닷컴을 비롯한 본업에서 전략이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해 동안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고, ‘장보기몰’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카테고리도 잘하고 싶은 욕심 또한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잘 해내지 못했다”고 했다.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 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물류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회계장부를 얼룩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마트가 온라인 쇼핑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국내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침투율은 45%까지 상승했다”고 했다. 전 국민이 100만원 중 45만원을 온라인으로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침투율은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보고서는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품목에 대해서 온라인 침투율을 따져보면 어떤 항목서 온라인 채널이 잠재적인 기회를 확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음식료품 소비의 경우 온라인 침투율이 36% 수준이고 배달서비스를 제외하면 침투율은 22%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다수의 유통 온라인 플랫폼이 ‘음식료품’에 관심을 갖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마트는 소비자가 편리할수록 기업의 이윤은 줄어든다는 생각을 아직 갖고 있는 듯하다”며 “식품 카테고리에서만큼은 내가 1등이라는 저력을 확실한 전략으로 어필하지 못한다면 이마트의 실적도 주가도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가운데,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마트노조)은 성명을 통해 “회사 어렵다는 상투적인 말만 주저리주저리 할 게 아니라 왜 그렇게 됐는지 회사의 냉철한 자기 분석과 반성을 바란다”며 정용진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마트노조는 지난 26일 “경영이 숙명인 용진이형, 이 엄혹한 시절에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 할까”라고 했다. 이어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며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은 선도하지 못한 체 여기저기 쫓아 다니다 ‘닭 쫓던 개’와 유사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할 순 있지만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우선 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시장과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다”며 “우리 노조는 희망퇴직은 정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진행되고 희망을 줘야 할 조건이 되어야 하며, 그 이전에 이마트가 ‘희망’이 있는 회사임을 고객들과 시장, 사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경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