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2000명 증원,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제기”

“전공의‧의대생, 국민생명 볼모로 집단행동 안돼”

2024-02-20     김성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본격 집단행동에 들어간 의료계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난주 전공의 사직 등 집단 휴직이 예고되면서 수술이 축소하거나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규탄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 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며 “그러한 차원에서 국가는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며 허황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했다.

앞서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55%가량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근무지 이탈자는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나머지 병원에서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연세대 세브란스, 강남 세브란스, 원주 세브란스, 한양대, 한림대성심,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순천향 천안병원, 상계백병원, 부천 성모병원, 대전 성모병원 10개 수련병원 현장을 점검한 결과 각 병원의 소속 전공의 1630명 중 1091명(19일 오후 10시 기준)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728명에 대해 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박 차관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 진료체계를 유지하겠다”며 “일각에서 PA(진료 보조) 간호사는 합법이냐, 불법이냐 논란이 있데 정부가 불법을 저질러 가면서까지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 병원, 공공병원 등도 대응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필요하다면 2단계 비상진료대책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약 분업, 원격 의료, 의대 증원을 하려 할 마다 대규모 파업들이 있었다"며 "그때마다 환자들이 고통을 받으시고 곤란을 겪으셨고,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역사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실화한 의료공백으로 인해 환자들의 불안과 분통은 커지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응급·중증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오는 21일부터는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6일 해당 병원에서 수술 예정이었던 한 암 환자는 수술 취소 소식에 “수술 전부터 취소라니, 암을 키우라는 거냐”고 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병원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라며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된 사례도 나왔다”고 했다. 

한편 전공의의 근무지 이탈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한 한 80대 노인은 군(軍)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임 씨(83세)는 7일 전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임 씨가 이송된 구리의 2차병원 측은 고령에 후두암, 심근경색 등의 기저질환으로 인해 3차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 씨의 딸 임모 씨(50세)는 서울대·한양대·경희대 등 대학병원들에 아버지의 수술을 문의했다. 그러나 “응급실에 전공의가 없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병원 측의 답변만 돌아왔다. 

딸 임씨는 “오늘 아침 TV 뉴스를 보는데 군 병원이 환자를 받는다고 해서 수도병원에 전화했다”며 “수도병원에선 ‘알아보겠다’고 말하더니 곧 ‘바로 오라’고 전화를 줬다”라며 뉴스1에 전했다. 그는 또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시는 건가 하고 걱정했는데 군 병원에서 받아줘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군 당국은 전날인 19일 “우리 군은 민간 의료계의 파업 강행 시 범부처 차원의 대책에 근거해 국군수도병원 등 12개 군 병원 응급실을 개방하고 응급환자 진료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응급실 개방 군 병원은 국군의무사령부 산하 ▲국군강릉병원 ▲국군춘천병원 ▲국군홍천병원 ▲국군고양병원 ▲국군양주병원 ▲국군포천병원 ▲국군서울지구병원 ▲국군수도병원 ▲국군대전병원 ▲해군 산하 경남 창원시 해군해양의료원 ▲해군포항병원 ▲공군 산하 충북 청주시 공군항공우주의료원 등이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