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파괴력 놓고 벌어진 ‘철학적 大충돌’... ‘챗GPT’ 창시자 올트먼 해고 사태
전 세계를 뒤흔든 챗GPT의 창시자가 자신의 회사에서 해고됐다. 앞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1985년 실적 부진, 경영진과의 갈등 등으로 해임당했다. 이번 사건의 의미와 향후 파장에 대해 알아봤다.
챗GPT를 출시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의 최종 해임 결정에 따라 오픈AI를 떠나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은 지난 2015년 12월 그레그 브로크먼 전 오픈AI 이사회 의장, 일리아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 등과 오픈AI를 창업한 인물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이사회는 돌연 올트먼의 해고 소식을 알려왔다. 올트먼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함께했던 팀원들 모두 사랑한다”는 글을 남기고 떠났다. 이후 지난 20일(현지시각) 그는 한 장의 셀카와 함께 ‘first and last time i ever wear one of these(게스트 출입증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글을 남겼다.
오픈AI 이사회 측은 올트먼 해임 배경에 대해 ‘솔직하지 않은 소통’을 꼽았다. 이어 임시 CEO직에 에멧 시어를 선임했다. 시어는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의 창업자다. 이사회는 “시어가 오픈AI를 발전시킬 보기 드문 기술과 전문성, 인적 관계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트먼 해임에 대해서는 “오픈AI의 사명을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결정이라는 점을 견지한다”고 전했다.
오픈AI의 올트먼 해임 결정에 대해 공동창업자 수츠케버가 주도했다고 한다. 앞서 2015년 설립 당시 오픈AI는 돈을 목적으로 AI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영리 법인으로 출발했다. AI의 무분별한 개발은 인류 위협 등의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에 공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목표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오픈AI는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후 2019년 3월 비영리 법인의 하부조직으로 영리 법인을 만들어 MS의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영리 법인을 만든 배경에 대해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고 강조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한계선을 정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올트먼은 AI챗봇 장터 ‘GPT스토어’ 출시 예고 등 수익화 사업 발전에 힘쓰고 있어 공동창업자 수츠케버 등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회사의 목표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해임 통보를 받은 가운데 돌연 올트먼의 MS 합류 소식이 전해졌다. 올트먼 해임 소식이 전해지자 MS는 크게 반발하며 이사회와 복귀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MS는 오픈AI의 지분 49%를 보유한 대주주이지만 올트먼 해임 소식은 성명 발표 1분 전 통보받았다. 올트먼 해고 소식으로 MS는 전일 대비 1.7% 주가가 하락하는 등 손해를 입었다. 이에 MS는 즉각 복귀를 요구하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렬되자 올트먼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20일(현지시각)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X 계정에 “샘 올트먼과 그레그 브로크먼이 MS에 합류해 새로운 첨단 AI 리서치팀을 이끌게 된 소식을 알려 매우 흥분된다”며 “우리는 그들의 성공에 필요한 자원들을 빠르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 회장이자 前 이사회 의장인 그레그 브로크먼은 올트먼 해고 결정에 항의하며 사표를 냈다.
올트먼의 MS '이적'에 대해 현지 매체는 “MS가 진정한 승자”라고 평가한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21일(현지시각) “MS는 오픈AI 사태의 유일한 승자”라며 “나델라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언급했듯 MS는 오픈AI의 최대 주주지만 다른 투자자들로 인해 소유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비영리 이사회로 인해 영향력을 펼치기가 불가능했었다. 그러나 올트먼과 브로크먼 영입을 통해 새로운 AI 개발팀을 구성하고 기술과 전략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이번 신설될 올트먼 산하 MS AI 그룹에는 GPT-4 책임자 야쿱 파초키, 사이먼 시도르 등 오픈AI의 주요 연구원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의 MS 합류 소식으로 MS 주가는 20일 전장 대비 2.05% 상승한 377.44달러로 마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AI를 구축하는 사람들 사이의 철학적 균열’이 가장 잘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라고 믿는 올트먼 측과 ‘너무 빨리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수츠케버 측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현지에서는 평가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윤리적 제도 마련 사이의 ‘충돌’인 셈이다. 앞서 오픈AI의 이사회는 AI가 언젠가는 스페이스X의 로켓, 크루즈,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픈AI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올트먼 해임에 크게 반발하며 이사회 사임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AI의 전체 직원 약 770명 중 대부분이 이사회 사임을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해당 연판장은 올트먼을 해임한 이사회가 즉시 사임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사회가 전원 사임하지 않을 시 올트먼을 따라 회사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원들은 연판장을 통해 “이사회의 행동은 오픈AI 감독 능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우리는 우리의 사명과 능력, 판단력, 직원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MS는 우리가 이 새로운 자회사에 합류하기를 원할 경우 모든 오픈AI 직원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연판장 명단에는 올트먼 해임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 수츠케버도 포함됐다. 수츠케버는 X에 “이사회의 행동에 내가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며 “나는 오픈AI를 해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우리가 함께 이룬 모든 것을 사랑하며 회사를 재결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