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노, ‘새롭게 하소서’ 출연 영상 하루 만에 10만 회 돌파
은따, 대학 제적, 성대 수술, 갖은 고난 이겨낸 존노 스토리
2020년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 멤버 존노(John Noh)의 유튜브 영상이 인기다. 존노가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영상이 하루 만에 조회수 10만 회를 넘겼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피바디 음대, 줄리어드 스쿨 음악대학원, 예일대학교 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카네기홀에 섰던 존노가 꽃길만 걸어왔을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많지만 ‘새롭게 하소서’ 방송 내용은 그야말로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가시밭길이었다.
1세부터 7세까지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 한국에서 공부하다 다시 중학교 때 미국으로 가면서 존노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고모댁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메릴랜드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유일한 동양인으로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해 화장실에서 혼자 런치박스를 비우곤 했다. 학교 합창단과 아카펠라 중창단에 들어가면서 겨우 힘을 냈던 존노는 고3 때 파바로티의 ‘네순 도르마’를 듣고 돌연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당연히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존노는 메릴랜드주에서 가장 좋은 존스홉킨스대 피바디 음대에 합격하면 학비를 대달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입시까지 딱 6개월 남은 시점, 암담한 가운데 고모와 함께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저렴한’ 렛슨 선생을 만나게 된다. 주문을 받으러 온 사람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자 성악 전공의 고모가 “혹시 성악하냐”고 물었고, 마침 그사람이 피바디음대 대학원생이었던 것이다. 그 대학원생에게 6개월 렛슨을 받은 존노는 꼴찌로 피바디음대에 합격했다.
1년간 열심히 공부하여 교수로부터 “내년에 오페라 무대에 서도 되겠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데 부모님이 “학비가 없으니 일단 귀국해서 입대해라. 군대 있을 동안 학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눈물을 머금고 입대해 탱크병으로 근무할 때 시동소리로 시끄러운 탱크 안에서 노래하며 마음을 달랬다.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대학에서 “1년 이상 휴학은 불가능하니 제적 처리 하겠다. 다시 시험을 치라”고 통보해 온 것. 실망스러웠지만 존노는 굴하지 않고 모차르트 아리아를 녹화해 학교로 보냈다.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 교수가 군복입고 노래하는 존노에게 감동, 장학생으로 합격시킨 덕에 학비 걱정없이 공부하여 피바디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후 미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인 줄리어드 스쿨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다. 오디션을 통해 카네기홀 솔리스트로 데뷔하여 성악가들의 꿈인 카네기홀에도 서게 되었다. 하지만 목에 물혹이 생기면서 한 번 노래하면 2주간 말을 못할 정도로 힘든 과정을 거쳤다.
한국에서 레이저로 물혹 제거 수술을 받을 때 목소리가 돌아올 가능성은 50%이며 수술 후 3개월간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주의를 들었다. 그 기간에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눈물만 흘리고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힘든 기간을 '목이 나아 무대에서 노래하는 상상'을 하며 견뎌냈다.
시종 차분하고 겸손한 태도로 지난날을 얘기한 존노는 아픔을 이겨내고 요즘 꽃길을 걷고 있다. 존노의 첫 클래식 앨범 'The Classic Album: NSQG'의 초동 판매량이 3만 장을 돌파, 2021년 국내에서 발매된 정통 클래식 앨범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존노의 국내 첫 리사이틀은 전석 매진됐다.
올 11월 18일 미국 카네기홀에서 '존노 단독 리사이틀'이 개최될 예정이다. 존노는 한인 이주 120주년을 맞아 한국음악재단 초청으로 열리는 음악회여서 더 뜻깊다고 말했다.
‘새롭게 하소서’ 존노의 영상이 단숨에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힘든 처지를 비관해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어려운 과정을 헤쳐온 그가 희망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