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더 용감할 수 있었다”
[조정원 기자] 배우 안희연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드라마 ‘XX(엑스엑스)’, ‘SF8-하얀 까마귀’, ‘아직 낫서른’ 등에서 연기를 선보였던 그를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게 해준 작품이 ‘어른들은 몰라요’라고 알려지며 관심을 모은다.
“‘어른들은 몰라요’를 제안받았을 당시에 외국 여행 중이었어요. 이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고 다음 스텝을 생각할 시점이었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에 저 자신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뭘 좋아하니?’라는 질문을 던져도 답을 주지 않았어요. 잃어버린 무언가를 먼저 찾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전속 계약이 끝나자마자 편도 티켓을 끊고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지에서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이환 감독님에게 제안이 왔어요. 처음에는 회사도 없고, 여행 중이고, 연기를 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의 의사를 비쳤어요. 한국에 다시 들어와서 회사를 찾고 상의를 한 후에 작품 출연을 이야기하자고 하기에는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했어요. 그랬는데 감독님이 한국 오면 한 번 보자 하셨죠. 만났는데 대화가 너무 잘 통해서 인간적인 호기심이 생겼어요. ‘박화영’을 안 본 상태였는데,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영화는 절 너무 아프게 했지만, 이 사람과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꼈어요. ‘내 안의 뭔가를 끄집어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두근거림만으로도 출연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동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출 팸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 영화 ‘박화영’ 이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 분)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연기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라 힘든 적이 많았죠. 촬영 때 감정이 올라오면 시작하라는데, 그게 뭔지 몰랐어요. 무섭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는 상태가 감정이 올라온 거라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뭔지 모르지만, 열심히 했어요. 열심히 하는 건 잘하거든요. 잘 모르는 만큼 워크숍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주영이었으면 이랬을 것 같아’, ‘이렇게 해보고 싶어’라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정답이 없기에 틀린 게 없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셨어요. 저를 믿어주고, 처음부터 다 가르쳐 주셨어요. 저는 연기를 그렇게 처음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축복이고, 행운이라 생각해요. 모든 과정이 짜릿하고,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안희연은 극 중 18세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의 유산 프로젝트를 돕는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주영 역을 맡아, 흡연과 거친 욕설 등을 서슴지 않는 파격적인 캐릭터로 분해 그동안 본 적 없는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선보인다.
“시나리오를 받고 ‘주영이는 대체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어 감독님에게 물어봤어요. 납득이 안 가는 부분들이 많았었죠. 다른 아이들의 행동들도요. 첫날에는 마음껏 상상하라면서 주영이에 관한 전사를 알려주지 않았어요. 결국 나중에 듣긴 했어요. 어느 한 날을 잡아서 주영 캐릭터 전사 워크숍을 해주셨어요. 주영이도 학교에서 피해자면서 동시에 가해자의 프레임을 썼고, 그 상황 안에서 가정과 학교의 어떤 어른도 주영이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었던 거죠. 결국 주영이는 거기서 도망쳤고, 어른들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았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세진이에게서 본 거죠. 주영이에 대해 알게 됐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진심으로 이해를 할 수 있었어요.”
“욕설이요? 워크숍 때부터 멘붕이 왔었죠. 함께 모니터링을 하는데 너무 창피했어요. 제가 봐도 너무 어색했거든요. 세진이의 친구로 나오는 배우가 강세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등등 되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주면서 많이 도와줬어요. 10대 고등학생 연기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있었죠. 보이는 부분에서 깨면 안 되잖아요. 감독님 덕분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얻었어요. 감사하죠.”(웃음)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를 시작으로 드라마 ‘XX(엑스엑스)’, ‘SF8-하얀 까마귀’, ‘아직 낫서른’ 등을 통해 서서히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는 행위의 일원인 게 좋았던 건지, 연기하는 게 좋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환경에 저를 놔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어른들은 몰라요’와 정반대의 무언가를 경험해봐야 좋은지 아닌지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XX’를 찍었어요. ‘어른들은 몰라요’ 주영 캐릭터 때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캐릭터를 떼어낼 때 비슷한 캐릭터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방법도 있다고 하셔서 용기를 내 봤어요. 지금 제가 제일 재미있는 것은 연기예요. 기존에 안희연이라는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서서 캐릭터를 통해 제가 보는 것들을 플러스알파로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어요. 그리고 타인과 세상, 특히 저를 바라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 배움이에요. 연기를 하면서 매번 새로운 저를 찾아요. 그걸 발견하고 싶어서 계속하는 걸지 몰라요.”
배우 안희연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어른들은 몰라요’는 오는 15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