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비슷한 디자인에 기능은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듀프(dupe)’ 소비가 뜨고 있다. Duplication(복제품)에서 유래된 듀프는 가성비 높은 대안 제품을 의미한다.
듀프는 무조건 가격이 싼 제품을 찾는 게 아니라 ‘품질을 따지거나 자신만의 소비 기준을 정한 후 돈을 쓰는 것’을 뜻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젠지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가 전세대 중 듀프 소비 성향이 가장 강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요즘 유튜브나 틱톡에서 ‘dupe’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00과 비슷한 제품을 싸게 샀다’는 내용의 영상이 많이 뜬다. 향수나 화장품, 의류를 비싼 정품과 비교하며 자랑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다보니 업체들마다 품질은 좋으면서 좀더 싼 제품을 내놓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랜드는 발열 내의를 처음 출시한 15년 전보다 3000원 더 싼 가격에 출시했다. 이랜드는 비결을 “해외 생산 공장과 해외 소싱처를 발굴해 원가를 낮췄다”고 밝혔다.
‘다이소 뷰티 부문’의 1~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60% 성장했다. 6만3000원인 ‘샤넬 립앤치크밤’과 기능이 비슷하다고 소문난 3000원 짜리 ‘손앤박 아티스프레드컬러밤’은 입고 즉시 품절되는 인기 품목으로 듀프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뷰티 대기업들은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확대하며 듀프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전용 브랜드 ‘퓨어더마’를 개설한데 이어 7월 ‘케어존’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9월 신규 저가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선보였다.
유니클로는 르메르 등 유명 해외 브랜드 디자이너가 참여한 컬렉션을 내놓아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제품을 ‘르메르맛 유니클로’로 부르며 대안 제품으로 삼는 추세다.
뷰티와 패션을 넘어 스마트 워치, 무선 이어폰, 마우스의 듀프 소비도 늘고 있다. 샤오미, 낫싱 워치 등은 애플 워치 시리즈와 8배나 차이난다고 비교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 중이다.
듀프 소비가 확대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명품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버버리는 국내 가격을 20% 안팎으로 내렸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생로랑도 가격을 약 3~15% 인하했다.
백화점에서 명당 자리를 명품 좋아하는 젊은 세대 위주로 꾸몄다는 뉴스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값싸면서도 질 좋은 제품을 찾는 듀프가 젊은층의 소비 패턴이 되었다.
듀프 소비가 젊은층 사이에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자리잡으면서 업계 판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마켓뉴스 이사론 기자]